김종인-유승민 회동…金 "어렵지만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劉 "헌재 결정 후 태극기-촛불 갈려 어려워…역할 해달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탈당 다음날인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오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경제·안보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한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비문(비문재인) 연대'에 본격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10분 정도 이뤄진 이 날 만남에서 경제민주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경제·안보 문제와 개헌을 포함한 정국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주로 큰 틀에서 경제와 안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체제 등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말씀을 많이 하셨다.경제와 안보에 대해선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앞으로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되는 때가 오면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개헌과 관련, "대선 전 개헌이 다 쉽지 않다고 보는 건 공통적 생각"이라며 "김 전 대표가 개헌을 한다면 2020년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어차피 개헌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약속하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대표는 "나는 다 던졌다"며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워낙 어려운데, 할 역할이 있으면 다 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김 전 대표는 또한 유 의원에게 "굉장히 어렵지만 같이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그러나 '김 전 대표에게 입당을 권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탈당한지도 얼마 안되는 분한테 벌써 입당을 어떻게…"라고 웃으며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통상적으로 나라걱정만 하다 왔다.우리가 직면한 여러가지 상황을 이야기하며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한 것"이라며 "탄핵 이후 정치적 상황이 어려울 것은 상식적으로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만난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지난번 토론회에서 사회를 봐줘서 고맙다고 유 의원이 밥 산다고 해서 온 것"이라며 자신의 탈당이 '제3지대를 통한 판흔들기'라는 시선에 대해선 "천만에…내가 무슨 판을 흔드냐. 무슨 '연대'니 뭐니 하는 얘기는 한마디도 안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탄핵 인용시 당적을 가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적을 떠난 사람이 무슨 당적을 가지느냐"고 반문했고, 추후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이 없다.기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회동 공개 부분에서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을 치르고 제1당이 돼서 구실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했지만,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책임감을 느꼈다"며 "맹목적으로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다.헌재 결정 후 태극기와 촛불로 국민이 갈려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김 전 대표가 역할을 해달라"라고 당부하자 김 전 대표는 "틀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로운 몸이 됐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헌재 판결이 나면 어떤 식으로든 나라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텐데, 그런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나라의 장래를 위해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배경을 설명하면서 "2월 국회도 맹탕이 됐다.더 앉아서 스스로의 속임수에 양심의 가책을 받느니 그만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유권자들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다.대한민국도 혁신, 리세팅을 해야 한다"며 "그러면 무엇을 리세팅해야 할지 확실히 집어내야 하는데, 토론회 등을 보면 유 의원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류미나 박경준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