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을 놓고 북한과 갈등을 빚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가 북한과 단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대북 강온 전략?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집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과 단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집 총리는 “우리는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라며 “싸움을 걸려는 것이 아니라 범죄, 그것도 화학무기를 사용한 범죄가 일어난 만큼 정부는 말레이시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의 물밑 협상을 예고했다.

전날까지 양국 갈등이 고조되던 양상과는 달라진 것이다. 전날 북한이 북한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하자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북한인의 출국을 금지하며 강하게 맞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말레이시아 사라왁주(州) 이민국과 해양경찰은 북한 외화벌이 근로자 37명을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했다. 북한인의 밀출국을 막기 위해 태국과 접한 말레이시아 국경 경비도 대폭 강화됐다.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나집 총리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사진)은 이날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KHS Video’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영어로 말했다. 그는 “현재 어머니, 누이와 함께 있다”며 “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 정보당국은 “영상 속 인물이 김한솔이 맞다”고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