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대선공약 검증단 - 일자리 공약 평가

안철수 '중기 청년취업자 임금보장'…"노동시장 정상 기능 저해 가능성"
이재명 '노동시간 준수, 고용 창출'…"기업 범죄시로 구인의욕 하락 우려"
검증단 "일자리 창출 주체는 기업, 채찍보다 당근 사용하는 게 바람직"
대선주자들이 ‘일자리’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청년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일자리는 민간과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공공 일자리' 실효성 낮아…안희정 '민간 주도'·유승민 '청년 실업부조' 긍정적"

한국경제신문 노동·고용분야 대선공약 검증단은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 “일자리의 주체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민간에 대한 채찍(규제)보다는 당근(지원)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 물리적인 ‘일자리 수’만 늘리기보단 민간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질’ 개선이 일자리 확대에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일자리 확충’은 재원 문제로 논란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엔 한계가 있다”며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소방인력 확충(1만7000명) △의무경찰 폐지 및 정규경찰 충원(연간 1만6700명) △사회복지공무원(1만6000명) 등이 핵심이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법제실장은 “일회성 재원 조달이 아니라 근로자 퇴직과 노후 소득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지속적인 예산 마련 여부가 관건”이라며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원 마련 방안이 모호하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비춰볼 때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창출은 타당성이 있다”며 “예산 마련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정면 승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중소기업 청년취업자 5년간(2021년) 대기업 연봉 80% 수준의 임금 보장, 미취업 청년 월 30만원 훈련수당 지급 등을 약속했다. 이 실장은 “안 전 대표 역시 임금 또는 고용보장이라는 용어를 선택해 재원 조달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며 “국가 차원의 고용관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중소기업 청년취업자에게 정부 지원으로 임금을 올려줄 경우 노동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과 고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주도형 일자리’ 방향 긍정 평가

안 지사는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등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민간 중심이라는 방향에 대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김 교수는 “민간 산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로써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다만 기업 환경 조성을 위한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도 “그동안 추진된 정부의 단기적 금전 지원 정책들은 신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취업난이 보여주고 있다”며 “기본방향은 적정하다”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과 정책의 실체가 없는 데다 안 지사가 과거 정부 지원 일자리 창출의 문제점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나온 건지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청년 실업부조’는 유의미 평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근로기준법상 허용노동시간(52시간) 준수(장시간 불법노동 금지)를 통한 50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선 긍정적 답변이 나왔다. 이철수 서울대 교수는 “허용노동시간 준수는 고용을 유발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감시·감독할 노동경찰 1만명 충원에 대해 “기업을 범죄시해 투자 및 구인 의욕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제시한 상시·지속적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채용 금지, 청년 실업부조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처장은 “청년 실업부조 등은 청년실업 심각성을 감안할 때 유의미하다”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금지하는 공약 역시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첨단 산업단지 조성’을 공약으로 내건 남경필 경기지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공약은 모두 설익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산업단지의 기업 이탈, 인력수급 문제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존 규제부터 개혁해야

일자리 문제를 민간 주도와 정부 주도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규제 자체를 깨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더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이 교수는 “일자리는 경제 활성화와 연계돼야 한다. 민간 주도와 정부 주도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며 “규제개혁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공공일자리 확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규제개혁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가 가장 이상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사전·사후 일자리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선주자들이 기업의 실질적인 고용 제고를 도모하는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처장은 “우선 민간 및 대기업에 의한 자발적인 고용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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