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결심 굳힌 김종인, 당밖서 '비문·비패권지대' 구축하나
조기대선 실현되면 '킹' 도전하거나 '빅텐트' 모색하며 역할
탄핵 기각·각하 땐 개헌세력 규합…"개헌 앞세워 정치교체 호응"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탈당 결심을 사실상 굳히면서 이후 김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인용되느냐 아니면 기각·각하되느냐에 따라 김 전 대표의 선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탄핵이 인용된다면 야권은 조기대선 시간표도 급물살을 타게 된다.

김 전 대표 역시 자신의 거취를 조기 대선과 떼어내 생각할 수는 없는 셈이다.

일단 김 전 대표는 당 밖에서 비문(비문재인) 진영 인사들이나 개헌파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하면서 본인이 주장해온 대로 '비패권지대'를 만들고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기대선이 임박한다면 김 전 대표도 결심을 더 늦추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으로써는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하게 이어지고 있어 김 전 대표가 민주당 내에서 움직일 공간은 넓지 않다.

이는 탈당 결심의 주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 남아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꼴은 그냥은 못 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최근 이른바 '문자폭탄' 사태에 대해서도 "이 당은 진짜 안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탄핵이 인용된 뒤에는 이런 분위기가 바뀌리라는 것이 김 전 대표 측의 관측이다.

김 전 대표도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 결정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정치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탄핵 인용 이후에는 적폐청산이 아닌 누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잘 만들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김 전 대표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봐도 대세론을 이어오던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 측에서 '이번 대선은 당 사이의 경쟁이 아닌 인물 간 경쟁'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권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민주당 내 동반탈당자들을 비롯한 비문세력과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과의 연대를 구상하면서 '빅텐트'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전격 회동한 것 역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기도 하고,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의 회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에는 입당을 안하겠다고 한다"면서도,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로는 안된다는 소리도 나오고, 안 전 대표 자체도 사람이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하더라"라며 다른 당과의 연대에도 여지를 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다른 의원도 "김 전 대표가 밖으로 나가면 바른정당이든 국민의당이든 대권을 바라보는 주자들은 일단 김 전 대표를 만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3지대 '빅텐트'가 이뤄진다면 김 전 대표가 직접 '킹'으로 나서든, '킹메이커'가 되든 대선에서 판을 흔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전 대표의 개헌·경제민주화 등이 우리당의 정체성과 같다"며 "조만간 결단을 내려서 우리 국민의당과 함께 중도 개혁 세력의 정권교체를 위해 동참해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만일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김 전 대표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정치권을 향해 거센 후폭풍이 몰아닥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의 '정치교체' 요구가 거세진다면 이를 관철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헌이 유력하게 떠오를 것이다.

김 전 대표가 여기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조기대선이 무산되는 만큼 개헌론의 대표주자인 김 전 대표로서는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개헌파들을 규합해 헌법개정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손 전 대표와 회동한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양측이 같은 개헌파로서 연결점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다른 정당과의 연계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편, 김 전 대표가 금주 안에 탈당을 결행하더라도 측근들의 '동반탈당'은 다소 시차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측근 의원들의 경우 탄핵 심판 결과가 나와야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김 전 대표 역시 헌재의 최종선고 이후 탈당하리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이미 지난 3일부터 의원회관 짐을 정리하는 등 탄핵 선고 전 탈당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