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중심 정권창출" 강조…연대론에 선그어
김종인 만난 손학규 "해체와 분열 과정 생각해 볼 수도"
주승용·김영환, 김종인 영입 제안도…"경선 함께 치르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의 7일 공식 탈당을 선언한 데 대해 국민의당이 '관망모드'를 보이고 있다.

'제3지대'의 중심축을 자처해온 국민의당으로서는 민주당내 비문(비문재인)·개헌세력을 대표해온 김 전 대표가 주요한 연대의 대상이지만, 당장은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신중모드'는 국민의당이 그리는 대선 밑그림과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정계개편의 방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합류로 일종의 '스몰텐트'를 구성한 국민의당은 스스로를 제3지대로 자리매김하며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새로운 틀에서 '비박(비박근혜) 및 비문(비문재인) 연대'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양측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데다 개헌을 새로운 정계개편의 연결고리로 삼는 공통점을 띠고 있어 연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단 당의 창업주나 다름 없는 안철수 전 대표는 거의 '무대응'에 가깝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정치공학적 연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누차 나타냈기 때문에 김 전 대표가 구상하는 '빅텐트'에 관심을 보일 확률은 상당히 낮다는 평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질문에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 창출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빅텐트'를 들고 나왔을 때 호남 일부 의원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안 전 대표가 '자강론'으로 돌파한 경험도 갖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바른정당 및 자유한국당 비박(비박근혜)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일단 문을 닫아두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 다시 '빅텐트' 논의가 일더라도 개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개헌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관이 확고하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정치공학적 연대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지도자로 자신만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도 안 전 대표 만큼은 아니지만 거리를 두는 듯한 인상이다.

박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가 대연정 같은 큰 그림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우선 국민의당 3명의 대선주자들의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말을 아끼겠다"고 조심스럽게 반응하면서 "저는 일관되게 정치는 정체성이 같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정체성과 무관하게 구성되는 '비문 연대'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이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표는 "국민의당으로 와서 정권교체의 길로 나가자는 생각을 갖지만, 그분이 그리는 그림은 조금 다른 그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공식화하기 직전 손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와 조찬 회동을 해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손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3월에 정치 빅뱅이 있을 것이다.

그게 정치적 새판짜기"라며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해체와 분열 과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구도의 변화에 반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당내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를 만나고 이런 반응을 내놓은 것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경선 룰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삼기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김 전 대표의 탈당이 국민의당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이용호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의 탈당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주자들이 경선룰을 갖고 치킨게임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자칫 당에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전제로 김 전 대표에 대한 입당 '러브콜'도 나왔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전 대표의 개헌·경제민주화 등이 우리당의 정체성과 같다"면서 "조만간 동참해줄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환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의 탈당은 대선 정국에 큰 분수령"이라며 "우리 당에 들어와서 함께 경선을 치르면 좋겠다.

문을 활짝 열고 김 전 대표와 함께하는 정치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