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사드 무력화·북미 대화 노린 무력시위…'트럼프의 초강수' 부를 수도
북한이 6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며 도발했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무력화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사드 무력화·북미 대화 노린 무력시위…'트럼프의 초강수' 부를 수도
북한이 10분 이내 간격으로 4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드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주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 성주에 배치될 사드 1개 포대는 통상 6개의 발사대로 구성되며, 각 발사대에는 유도탄이 8개씩 장착된다. 48발의 유도탄을 재장착하려면 3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현재 1000기 안팎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돼 수도권은 물론 유사시 미군 증원군이 도착할 부산까지 동시다발 공격이 가능하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일 시작된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에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최신예 F-35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미국 전략무기를 대거 투입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달 말께 한국과 중국,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대북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매우 화났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제타격과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동북아시아 안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강경책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면서도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과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등 기존의 양비론을 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유관 발사 활동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북한을 겨냥한 한·미 대규모 연합군사훈련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 각 측은 자제해야 하고, 지역 정세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사드 배치 반대 견해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통해 북·미 간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미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혹은 사거리 1300㎞ 수준인 신형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북한이 ICBM 발사대가 있는 동창리에서 IRBM 수준의 낮은 도발을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통상 6개월 정도 정책리뷰를 통해 외교안보전략을 마련해온 미 행정부는 이번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 달리 북한에 군사적 조치와 직접 담판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적표를 보여줘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군사행동이든 직접 대화든 북 핵·미사일에 대해 빠른 결론을 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전예진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