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징벌적 손해배상 조문을 추가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제조업자가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혔거나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 사업자에게 허위 정보 제공 또는 영업 지원을 중단했을 때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제 제조업체가 불량 제품을 잘못 만들어 출시하거나 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주에게 ‘갑질’을 했다간 하루아침에 도산할 각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선량한 기업이라고 해도 소비자나 가맹점주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엄벌주의요 사적 영역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이다. 사법을 공법으로 바꿔치는 이 같은 일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정치권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당연히 여론을 맹종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사업자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겠다’며 기어이 법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증오를 법제화한 ‘기분나쁘다법(法)’이요 과잉입법이다.

이렇게 급조된 법이니 내용이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우선 징벌적 배상제에 대한 효과부터가 의문이다. 법전문가들은 이 제도로 기업의 불법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자료가 아직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법체계와 맞지도 않는다. 최대 3배라는 징벌적 배상은 ‘실손해배상’이라는 민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고, 또 헌법상 과잉금지 및 이중처벌 금지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다.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5개주에서는 아예 이 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며 위헌 시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우리 입법의 문제는 사법(私法)의 영역을 공법(公法)화한다는 것이다. 사적으로 다툴 손해배상 영역에까지 공권력이 나서 ‘때려주겠다’고 한다. 이미 국민의 4분의 1이 전과자인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기업을 세게 때리고 엄벌을 내리면 착한 사회가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