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홍준표·김태호 저울질…'태극기' 업은 황교안·김진태 거론
탄핵심판 이후 행보 빨라질듯…무대 오른 '잠룡' 5명과 경쟁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가까워지면서 자유한국당이 대권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른 정당의 대선주자들에 비해 한참 뒤처진 순위에도 파이팅을 외치는 '주전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들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후보 선수'들의 출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현재까지 한국당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주자는 원유철·안상수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5명은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을 미미하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올림픽으로 치면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에선 "해볼 만하다"며 다소 여유로운 반응마저 나온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정국이 크게 요동치면서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지금 뛰는 선수들로는 이기기 어렵지만, 경기장 밖에 있는 후보들이 출중하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 출마가 유력시되는 후보는 일단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다.

부산·경남(PK)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으며, 탄핵심판 선고 이후 행보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적 부담을 털었다.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지만, 재심을 청구하면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홍 지사는 최근 영남권에서 '강연 정치'로 몸을 풀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탄핵 가부가 결정된 후 영남 민심을 살펴보고, 된다는 확신이 들면 스스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영남에서 기반을 다진 뒤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해 보수표를 결집하는 전략을 염두에 둔 듯하다.

김 전 최고위원도 최근 주변에서 출마 권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초·재선 의원 10여 명은 김 전 최고위원이 출마할 경우 그를 지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의 탄핵 결정도 나기 전에 출마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면서도 "탄핵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 이후 역할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들보다 가능성은 작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검사 출신이며, '태극기 부대'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은 게 공통적이다.

황 권한대행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범여권 후보군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 보수층이 결집할 경우 막강한 야권 주자들과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그는 한결같이 "국정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출마 여부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의 아이콘'이 됐다.

집회마다 태극기 담요를 두르고 나오는 그의 팬도 제법 늘었다는 얘기가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기자들이 출마 가능성을 묻자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