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이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하는 ‘큰 정부’와 자유로운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강조한 ‘큰 정부’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이 대표적이다. 소방관, 경찰직, 사회복지사, 부사관 등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매년 30조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만 공공 분야 일자리 확대로 민간 부문에서의 소비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문 전 대표 생각이다.

문 전 대표는 “제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면서 공공기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하니 ‘작은 정부가 좋은 것 아니냐’ 하는데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모두 합쳐 정부 예산 10조원이 드는 아동수당과 청년수당 등 기본소득제 부분 도입과 10대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재벌이 소유한 제2금융권 독립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도 큰 정부에 가깝다. 그는 “복지가 성장의 토대”라며 ‘한국판 뉴딜정책’을 내세웠다. 2018년부터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2800만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핵심 정책으로 내놨다. 역시 정부 지출을 늘리는 큰 정부 공약이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방안으로 “법인세와 고소득자 소득세 증세를 통해 50조~60조원의 세수를 마련해 충당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제 공약은 영국 경제철학자인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의 ‘작은 정부’ 기조다. 안 지사가 강조하는 공약의 핵심은 기업의 자율성 확보 및 인센티브 기반 정책, 공공부문 확대 반대, 창업과 투자 중심의 일자리 정책 등 ‘정부 개입 축소’와 ‘시장의 자율성’ 강화다. 지난해 출간한 자신의 책 《콜라보네이션》에서 그는 “일자리와 경제 번영 문제만큼은 기업인들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지사는 20일 경제공약 발표를 통해서도 “기존 정부 주도, 재벌 중심의 산업구조를 공정한 시장 질서에 적합한 산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막는 과도한 규제, 인허가 절차 등을 막기 위해 정부 부처 간 칸막이 규제, 중복 규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정책 기조가 복지 정책을 중시하고 재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안 지사 스스로 작은 정부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기업과 산업의 자율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문 전 대표의 ‘정부 주도 정책’을 “박정희식 패러다임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정부 주도로 해선 안 된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과 민간이 제대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의 기본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은 창업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도 안 전 대표는 정부 투자와 제도 정비를 통한 민간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 큰 정부

big government. 정부의 기능과 구조, 예산이 팽창한 정부를 말한다.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과 제재를 강화하고 시장에 대한 재정지출을 높이는 형태의 행정국가 및 복지국가 형태가 이에 속한다.

■ 작은 정부

small government.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 간섭을 배제하고 정부의 조직 및 재정지출을 줄이고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는 형태의 정부다. 사회복지사업, 교육 등을 개인의 노력에 맡기고 그것에 관련된 지출을 줄임과 동시에 세금을 경감해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형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