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격 포인트·반대세력 많아…탄탄한 지지층은 부담요소"
"安, 확장성 커 까다로운 상대…'대선자금 전력' 약점 될수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청남도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범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며 1위를 질주하는 문재인 전 대표를 안 지사가 맹렬히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들 중 누구와 본선에서 붙어야 승산이 있을지 골몰하는 모습이다.

안 지사 지지율은 한국갤럽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14~16일 전국 성인남녀 1천3명 대상. 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2%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3%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지난주보다 상승했다.

특히 한때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안 지사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범여권은 안 지사의 돌풍에 주목하고 있다.

안 지사가 상승세를 이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문 전 대표보다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 개인의 경쟁력만 놓고 보면 안 지사가 우위 같다"며 "확장성 면에서 안 지사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패권주의 세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잣대를 똑같이 들이댈 수 있다"며 "그러나 안 지사는 '대청소'가 아닌 '대연정'을 들고 나왔다.

공격 포인트가 별로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문 전 대표에 대해 범여권은 당시의 실정(失政)에 대한 책임론, 불안한 대북·안보관,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등을 물고 늘어질 태세다.

이와 달리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보다 비교적 온건하고, 범여권까지 포괄하는 대연정 주장을 펴고 있으며, 정책 면에서도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의 박 대통령처럼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현재의 여권 후보로는 이를 깰 방도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문 전 대표가 더 힘든 상대라고 평가했다.

안 지사의 경우 참여정부 초기 대선자금 문제로 징역형을 받은 전력을 문제 삼을 수 있으며, 국민의당의 존재를 고려하면 예상만큼 확장성이 크지 않을 수 있어 문 전 대표에 견주면 상대하기 수월하다는 주장도 폈다.

한국당의 한 충청권 의원은 "안 지사가 도정을 하면서 이미지 정치를 했지, 실제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지 않느냐"며 "본선에서 콘텐츠 대결을 통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현재의 이미지가 많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대통령' 중 누가 낫느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바른정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문 대통령'과는 각을 세우기 쉬운 반면, '안 대통령'은 오히려 야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당선되면 탄탄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한 '독주 체제'에 끌려다닐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로선 문 전 대표가 나오든, 안 지사가 나오든 범여권으로서는 중과부적인 게 사실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문 전 대표는 물론 안 지사의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친다.

다만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나고 각 당의 후보들이 확정돼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경우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문 전 대표나 안 지사와 겨뤄볼 수 있다는 관측도 보수 진영에서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