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위기'…대선주자들 '대북 해법'은 뭔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대응과 국방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 발사 도발을 감행한 데 대해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대체할 강력한 대북정책이 조기에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의 위기'…대선주자들 '대북 해법'은 뭔가
북한은 미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예고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내 대북 선제타격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안보 격랑 속에서 한국은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력 대선주자들은 대북 규탄 구호만 외칠 뿐 나라를 지킬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상황인데도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그 개발 자금 원천이 될 수 있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거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또는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원 대책 없이 모병제, 군 복무 단축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국방의 위기를 대선 표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태도는 근거 없는 군사우위론과 안이한 안보관에 기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래식 무기 우위론은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로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핵무기 개발 완성 단계에 와 있는 북한은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ICBM 능력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일부만 보완하면 곧 실전배치 단계에 이를 것으로 한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은 발사 뒤 1분 안에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목표지역에 도달해 초토화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 고체 엔진 기술과 무한궤도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 쏠지도 몰라 한국군이 구축 중인 ‘킬체인’(도발 원점 선제타격 체계)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대선주자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외치고 있다.
< 안보리, 北 미사일 발사 규탄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 안보리, 北 미사일 발사 규탄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 국제사회는 14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북한의 도발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규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북한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도 담았다. 회의에 앞서 15개 이사국은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언론성명 채택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리는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북한에 책임을 추궁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이른바 ‘스트롱맨’들은 자국 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동북아에서 ‘강 대 강’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올해 1차적 외교·안보 리더십 승부는 북핵·미사일 문제 대처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대선주자들과 정치권은 조용하다. 대선주자들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대응 전략과 안보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각론도 물론 없다. 국회에선 그 흔한 대북 규탄 결의안조차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국방 위기는 발등의 불로 떨어졌는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과 일본 등이 한반도 정세의 주역 역할을 하고 있고, 당사자인 한국은 ‘손님’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고체연료 추진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이동식 발사차량을 세우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5~10분밖에 걸리지 않아 우리 군이 구축 중인 사전 포착을 전제로 한 선제타격 체계인 ‘킬체인’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킬체인과 함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을 막을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미루자고 주장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배치는 한·미가 사실상 종속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반대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협상을 통해 결정된 것은 존중한다”고 하지만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해 그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데 대해 이 시장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안보 상황이 위중함에도 대선 주자들은 모병제와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으며 1년까지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2023년 모병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안보마저 대중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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