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출연해 "서운함 이해하지만 여러 제안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제 말이 곧 법인 군주가 되는 것 아냐…일방적 폭력적 선언 없을것"


안희정 충남지사는 9일 최근 중도공략 행보를 두고 진보진영에서 '우클릭'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비판을 하는 분들의 아픔과 서운함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래도 제가 지금 내놓고 있는 여러 제안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MBC TV에 출연, "노무현 정부 때에도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비슷한 양상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FTA 등 개방 통상 전략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이를 두고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동의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마찬가지다.

새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의 주요 의제들을 새로운 틀에서 재정립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두고 진보진영 분들과 대화와 토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정책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비슷하다는 지적에는 "사상과 이념은 오랜 경험을 공유하며 생기는 것이지, 정책 몇개가 비슷하다고 합치시켜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 분들은 분단의 현실을 두고 야당에 '종북좌빨'이라고 얘기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정책분야에 특화된 것이 있는지를 묻자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장관을 뽑듯 얘기해선 안된다"며 "많은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풀어내는 것이 지도자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실 정치인으로 이끌어준 분이자, 원칙을 지키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떠올렸다.

안 지사는 "젊은 날에는 혁명을 하고 싶었고, 선과 악이 너무 분명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선과 악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것에는 "정치자금제도 미비로 국민의 책임추궁을 면할 길이 없었다"며 "이를 계기로 정치자금 제도가 개선되고 기업 비자금도 깨끗해지는 개혁의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도 인격적으로 훌륭하지만 저도 정당에서 30년간 훈련을 받았다"며 "기적을 만들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대연정 논란에는 "새누리당과 손을 잡느냐 마느냐의 논쟁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며 "(새누리당을)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연정과 협치 실험도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탱크를 동원해 막겠다'는 폭언까지 했다.

지금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반대하지 않고 있다"며 갈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제가 정부의 리더가 되려는 것이지, '제말이 곧 법'인 군주가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선언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