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지방 정책을 세울 때 근간이 되는 기준은 주민등록상 인구다. 지방자치단체별 예산 배정도 인구 비례로 이뤄진다. 지자체들이 ‘인구 부풀리기’에 나서면서 당장 초래되는 문제는 지방 재정 배분의 왜곡이다. 지방 예산이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고 지자체별 개발 사업, 선거 지역구 설정 등도 현실과 엇나가고 있다. 실효성이 높은 지방 정책을 짜기 위해 지방 인구 집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 '인구 뻥튀기'] '유령 인구' 늘리는 지자체들…16개군 교부세 연 100억씩 더 챙겨
◆군 84% 주민등록인구 더 많아

9일 행정자치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군 단위 지자체 81곳 중 68곳(83.9%)이 실제 거주 인구보다 주민등록상 인구가 많았다. 주민등록 인구는 행자부가 집계하는 통계로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이 된다. 실거주 인구는 통계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총조사로 파악된다. 주민등록 인구가 실거주 인구보다 10% 이상 많은 군 단위 지자체도 16곳(19.6%)에 달했다.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주민등록만 해놓고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 단위로 보면 주민등록 인구가 거주 인구보다 많은 곳이 39개 시로 전체의 52.0%였다. 경기 성남이 주민등록 인구가 거주 인구보다 3만388명 더 많아 격차가 가장 심했다.

◆교부세 배분 왜곡

두 인구 통계 간 차이로 빚어지는 문제는 세금(지방교부세) 배분 왜곡이다. 중앙정부는 매년 내국세의 19.2%를 떼어 지방에 교부한다. 지방교부세 산정 시 인구, 면적, 지방세징수액 등을 따지는데 인구가 핵심 지표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지방교부세가 더 많이 가는 구조다. 지자체들이 인구 확보에 혈안이 된 이유다.

예컨대 전남 해남은 2015년에 지방교부세를 2594억8100만원 받았다. 1인당 335만원꼴이다. 주민등록 인구가 거주 인구보다 8215명 많은 걸 감안하면 275억원을 더 챙긴 셈이다. 해남 재정에서 지방교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해남군청 관계자는 “출산장려금을 늘린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을 노리고 주민등록지를 옮겼다가 인센티브를 받고 거주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긴 사례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방식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5133명 더 많은 경남 합천도 204억원 더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 단위 중에서는 거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남 여수도 130억원의 지방교부세를 더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음성은 교부세 부족

반면 거주 인구가 주민등록 인구보다 많은 지자체는 지방교부세를 덜 받고 있다. 충북 음성은 거주 인구가 8392명 더 많다. 2015년 받은 지방교부세는 1141억7400만원으로 1인당 121만원이다. 102억원 손해를 본 셈이다.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도 문제가 심각하다. 거주 인구의 62.5%만 이 지역에 주소지를 옮겼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공무원, 국책기관 연구원 등 상당수가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지방교부세는 도로 유지, 환경 개선 등에 쓰이는데 실제 거주 인구만큼 꼭 필요한 재원”이라고 말했다.

◆“거주 인구에 가깝게 산정해야”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민등록 인구에 따라 개인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세입도 달라지기 때문에 주민등록 인구가 더 적은 지역은 손해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등록 기준으로 교부세를 배분하면 왜곡이 빚어질 뿐 아니라 각종 지역 개발 사업도 현실과 동떨어져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출산장려금만 대거 투입하도록 지자체를 부추겨 재원 낭비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방 정책의 인구 기준이 거주 인구에 가깝도록 통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지난해 나온 인구총조사 결과를 업데이트해 매년 거주 인구를 행자부와 지자체에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