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개장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 서로 심사 권한을 행사하겠다며 다툼을 벌여온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일 합의안을 마련했다. 관세청이 사업자를 최종 선정하되 공항공사의 평가 결과도 절반을 반영하는 식의 절충안이다. 업계는 면세점 선정 방식이 관세청과 공항공사의 ‘나눠먹기’로 봉합되면서 규제 기관만 두 개로 늘어난 꼴이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허 취득 관련 비용이 늘어나 사업자 부담만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항면세점 반반 심사"…관세청-인천공항 '이상한 합의'
절반씩 나눠먹기로 합의된 심사

관세청과 공항공사는 작년 말부터 2터미널 공항면세점(출국장면세점) 선정 방식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 왔다. 그동안 출국장 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달리 공항공사가 단독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세청은 이를 추인해 특허권을 주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관세청이 “이런 ‘사후 추인 방안’은 독과점 기업에 감점을 주고 중소·중견사업자는 확대하도록 한 현행 관세법령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출국장 면세점도 직접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두 기관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공항공사가 단독으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자 관세청은 무효라고 맞서면서 갈등이 한층 격화됐다. 이에 두 기관의 상급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까지 참여한 정부조정회의를 열어 이날 일종의 ‘공동 선정 방식’이란 타협안을 마련한 것이다.

합의안에 따라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은 공항공사가 우선 입찰평가(사업제안평가 60%+임대료평가 40%)를 통해 복수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곧이어 관세청이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종사업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선정된다. 전체 특허심사 점수(1000점 만점) 가운데 절반인 500점씩을 두 기관이 나눠 매기는 식이다.

두 기관은 이번 합의안에 따라 이달 중 특허공고(관세청)와 입찰공고(공항공사)를 낸 뒤 오는 4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자만 골병든다”

이번 합의에 대해 두 기관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감점제도 등 관세법령 취지를 충실히 살리는 동시에 △임대료와 면세점 운영능력 등 공항공사의 입찰 결과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업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내색을 못할 뿐 이구동성으로 “누굴 위한 면세점 정책이냐”며 일제히 불만을 토로했다. “규제의 칼자루를 쥔 ‘시어머니’가 두 명으로 늘어나면서 면세점만 골병이 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에선 공항공사 주도로 보는 ‘1차 시험(입찰)’에선 결국 임대료를 높게 쓰는 상위 2개 업체가 선정될 것으로 본다. 이어 관세청이 진행하는 ‘2차 시험(특허심사)’에선 사회공헌평가가 강화돼 사회공헌기금 관련 비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두 기관은 잇속을 다 챙기고 면세점들만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란 설명이다.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이날 관세청과 공항공사의 합의로 지난 1일 공항공사가 낸 입찰공고는 무효가 됐다”며 “비유하자면 수능시험 일정과 출제 과목을 발표한 뒤 이틀 만에 시험은 두 번 보기로 하고 출제 과목도 완전히 바꿔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상열/정인설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