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빅데이터 기반 지표인 구글 트렌드가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선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반 전 총장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서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엔진 구글 이용자들이 특정 단어로 검색한 횟수를 지수화한 것으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대중적 관심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 1월30일까지 주요 대선주자들의 구글 트렌드 지수를 분석한 결과 반 전 총장은 귀국 당일인 지난달 12일 100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사흘 만인 15일 51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하락을 거듭해 지난달 31일 15까지 내려앉았다.
구글은 알고 있었네…반기문 빅데이터 100 → 15로 '뚝'
귀국 이후 ‘퇴주잔’ 논란 등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르고 신당 창당과 기존 정당 입당 등을 놓고 모호한 행보를 지속하면서 민심에서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20%대를 유지하던 반 전 총장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반면 여권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의 구글 트렌드 지수가 급등세다. 황 대행은 1월 초·중순 한 자릿수에 머무르다 신년 기자회견을 한 23일 15로 급상승했다. 황 대행의 구글 트렌드 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통화한 지난달 30일에도 전날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안 지사는 대선 출마선언을 한 지난달 22일 25까지 급등했다. 황 대행과 안 지사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글 트렌드 지수는 20~25를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구글 트렌드에선 다른 후보들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여권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구글 트렌드는 수백만 명의 인터넷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500~100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보다 민심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