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최순실, 설 앞두고 특검·헌재 상대로 총공세
최 "특검이 강압수사"…박대통령 "이번 사태 누군가 조작한 것"
명절 앞두고 '지지층 결집' 의도 분석도…특검 "강압수사 사실 없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및 변호인단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헌법재판소를 향해 조직적인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 아래 설 명절을 앞두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포문은 구속 수감 중인 최씨 본인이 직접 열었다.

최씨는 25일 오전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자마자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라고 고함치면서 '강압수사' 주장을 제기했다.

최씨가 지난달 24일 처음 소환된 이후 한 달 만의 출석이었다.

특검은 최씨가 정신적 충격과 재판 출석 등을 이유로 여섯 차례에 걸쳐 소환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강제로 조사실로 데려왔다.

작년 10월 말 첫 검찰 출석 때 "죽을죄를 지었다"며 고개 숙인 모습에서 180도로 변한 것이다.

탄핵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은 같은 날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검찰과 특검 수사 혐의를 부인하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기획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냈다.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의혹에 대해서는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최순실), "어거지로 엮은 것"(박대통령) 등 한 목소리로 부인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대리인들도 공세에 가담했다.

25일 오후 헌재 탄핵심판정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헌재의 심판 진행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대리인단의 전원사퇴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루뒤인 26일에는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최씨에게 폭언을 하고 변호인을 배제하는 등 인권침해 수사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이날 오후 특검에 참고인 출석을 요청받았지만, 불출석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행정관은 2015년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를 총동원해 국정교과서 지지 집회를 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에서 일련의 행동들이 연이어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련의 공세를 두고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의혹과 관련해 이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정치적인 것과의 연결은 경계한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순실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검사가) 삼족을 멸한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들에 대해 어떠한 강압수사나 자백 강요 등의 인권침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앞으로 특검이 수사해야 할 내용에 해당한다"며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무대응 방침을 견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최송아 전명훈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