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인적청산·정책쇄신…바른정당 공천제도 손보기

뿌리가 같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사활을 건 '차별화' 경쟁에 돌입했다.

전통적 보수지지층을 겨냥한 일종의 '제로섬 게임'(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0이 되는 게임)이다.

상대 당과의 차별화를 부각하고 최대한도로 새로워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수의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이 더 적극적이다.

새누리당을 '청산대상'으로 몰아붙이고 자신들은 '신당(新黨) 이미지'를 부각해야 지지층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4·13 총선 패배의 빌미가 된 공천제도부터 손보면서 새누리당을 정조준했다.

바른정당은 당 지도부가 자기 세력을 심는 데 악용돼온 우선추천제도를 폐기하기로 했다.

우선추천제도는 당내 경선 없이 선출직 후보를 공천할 수 있는 제도로 본래 여성이나 청년,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사실상 당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전략공천의 수단으로 악용됐다.

바른정당이 공개한 '1호 법안' 역시 ▲국회의원 소환법 ▲육아휴직 3년법 ▲대입제도 법제화 ▲아르바이트 보호법 등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이른바 '정통 보수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진보 진영의 경제 정책에 가깝다는 평이다.

당론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당내 회의과정에서 더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장한 '국회의원 4선 제한'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세 번 연속 당선된 국회의원은 다음 선거에 나서지 않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청년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35세 이하 청년 중에서만 선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바른정당 당헌당규·정강정책팀장을 맡은 김세연 의원은 "다소 파격적인 아이디어지만 몇몇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아무리 파격적이고 듣기 좋은 정책·아이디어라도 먼저 실현가능성과 재원을 생각해야 한다"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의 차별화는 4.13총선 패배와 최순실 게이트 사태 등 과거를 반성하고 쇄신하는 데서 출발한다.

어두운 과거를 씻어내고 책임 있는 정통 보수 정당의 면모를 보이면 등 돌린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친박(친박근혜)계의 인적청산에 매진해 온 새누리당은 20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년, 윤상현 의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징계 당사자들이 반발하는데다 당내에서는 인적쇄신이 미흡하다는 의견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조치를 두고 당내 후폭풍이 일어날 조짐도 보인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인적쇄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22일 정책쇄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바른정당이 잇달아 정책을 발표하며 압박해오는 마당에 인적쇄신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바닥에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당명부터 바꾸기로 했다.

의원총회에서 당명 개정을 놓고 찬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당원은 80% 이상이 찬성했고, 현역의원은 참석의원 전원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설 연휴 전 당명 개정을 위한 대국민 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22일 발표할 정책쇄신안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경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개선·일자리 창출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를 큰 틀에서 수용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현실을 자인하고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패러다임을 전환하며, 관행처럼 이어진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관행을 더 엄격히 감시하고 철폐할 계획이다.

이는 그간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보다는 재벌·기득권에 편향된 정책을 추진하는 등 국민의 삶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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