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3일 개헌을 연결고리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이 전날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귀국 메시지를 내자, 당 지도부는 이튿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개헌에 대한 방향을 발 빠르게 제시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반 전 총장이 어제 정치 교체와 국민 대통합을 일성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을 TV를 통해 봤다"면서 "반 전 총장도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유독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반대, 시대적 과제인 개헌을 어렵게 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예 기자회견을 열어 개헌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특히 쇄신 방향 중 첫 번째를 '정치혁신'으로 꼽으면서 "대한민국 정치혁신의 첫 화두는 개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날 반 전 총장이 '패권·기득권 청산'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제가 당을 혁신하려는 것도 그중의 하나가 패권주의를 없애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큰 원군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간사로 활동 중인 이철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차원의 개헌특위도 만들어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직후 개헌 카드를 신속히 꺼내 든 것은 반 전 총장에게 우회적으로 보내는 '구애의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로써는 반 전 총장이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기존 정당 중 한 곳을 자신의 정치적 둥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개헌을 연결고리로 '정치교체'를 강조하는 반 전 총장과 연대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여론 측면에서 바른정당보다 수세에 몰린 있는 만큼, 새누리당은 이슈 선점뿐만 아니라 당 조직과 인적 쇄신에도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당은 이날 정주택 위원장 등 윤리위원 9명에게 임명장을 수여, 공식적으로 윤리위를 출범시켰다.

인적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 '친박(친박근혜)당' 이미지를 본격 쇄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탈당한 현역 의원 지역을 포함한 59개 지역을 대상으로 20일까지 당협위원장을 공모한 뒤 이르면 설 연휴 전 확정하기로 한 것도 조직 기반을 신속히 갖춰 '대선용 체질 개선'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