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사 일시귀국·해외에서 압박…외교부 "합의 착실한 이행 중요"
엄혹한 외교안보 환경에서 확전 부담…'적반하장 日에 저자세' 비판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에 항의하는 일본의 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외교부는 9일 현재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조치에 대응해 정면 대응할 경우 위안부 합의 파기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한일관계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과는 사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와도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극한으로 몰고 갈 경우 초래할 부담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역사적 가해자인 일본이 큰소리를 치고 한국을 윽박지르는 주객전도, 적반하장의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너무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은 지난 6일 예고대로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를 각각 일시 귀국시켰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사전녹화한 NHK 프로그램에서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언급, 한국민의 정서를 크게 자극했다.

또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이날 부산 소녀상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일본은 (한일 합의를) 이행한 만큼 한국도 착실히 이행해 달라"면서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에 동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면서 이를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공세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자극을 피하면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내부 간부회의에서 최근 북핵과 중국과의 사드 갈등, 일본과의 소녀상 마찰, 향후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발 파고 등 우리 외교가 직면한 상황을 '4각 파도'로 지칭하면서 외교부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국익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자극적, 감정적 대응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칙적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확전보다 상황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응에 맞서 당장 우리 정부가 행동을 동반한 조치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주한대사 일시 귀국 등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응해 외교부는 지난 6일 조준혁 대변인 명의의 논평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주한 일본대사 초치 등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하는 데 그쳤다.

외교부는 나가미네 대사 초치에 대해서도 면담이라는 표현으로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나가미네 대사가 언제 다시 임지인 한국으로 돌아올지를 주시하고 있다.

나가미네 대사가 언제 돌아오느냐의 문제가 소녀상 갈등을 다소 진정시키고 새로운 국면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늠자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에 따라 10억 엔의 돈을 냈다며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아베 총리의 '10억엔 발언'에 대해 "예비비라도 편성할 테니 돌려주자"면서 "아베가 10억엔을 냈으니 위안부 소녀상에 한국이 성의를 보이라고 하고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라는 이따위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이 항의 한마디도 못하는 이런 외교가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