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여기에 찬성하며 선거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새누리당 탈당파 모임인 개혁보수신당(가칭)까지 한때 여기에 합류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개혁보수신당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당의 공식 입장을 유보키로 했지만 야 3당은 올해 치러질 대선부터 이를 적용하겠다며 법 개정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18세 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참정권 확대를 내세운다. OECD에서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인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점도 든다. OECD 34국 중 32개국이 18세부터 부여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다. 독일 스위스의 일부 주에서도 16세부터 선거권을 인정한다. 이런 근거들을 보면 18세 인하 주장이 얼핏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의 학제에서는 만 18세면 대부분 고교 재학 중이다. 반면 18세 선거권을 인정한 나라는 대개 18세면 고교를 졸업한 상태다. 나이 한 살이 많고 적음보다는 학교 재학 여부가 선거권 행사에서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처럼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원 단체가 교단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다음의 시험 문제가 그런 사례다. <다음 예시에 공통되는 인물은? ①촛불 ②이게 나라냐 ③최순실 ④세월호 7시간 ⑤국정교과서 ⑥탄핵> 이 문제는 실제로 한 고교 사회시험에 출제됐다. 선거연령 인하 주장은 이처럼 정치적으로 오염된 교육현장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아이들을 선거판에 끌어들여 특정 정당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보자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선거 연령 인하에 앞서 교육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18세 하향’에 대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찬성(46.0%)보다 반대(48.1%)가 많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