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이번에도 물건너가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르는 순간 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사실상 시작됐다. 오는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을 신호로 모든 정치 이슈는 조기 대통령 선거 정국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이참에 헌법을 뜯어고쳐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을 들끓게 했다. 명분은 차고 넘치지만, 정치권은 개헌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 유형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반 전 총장이 조기 개헌을 매개로 정치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헌과 대선이란 ‘빅 이벤트’를 한 번에 치를 수 없는 현실론을 감안할 때 개헌은 차기 정권 손으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1987년 체제의 ‘리스크’는 차기 정권으로 떠넘겨질 것이다.

현재 헌법체계에서 치르는 대선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진검승부다.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당선자가 인사 예산 국방 외교 등 권력의 100%를 거머쥐어 협치는 물 건너간다. 1987년 헌법 개정 후 선출된 여섯 번의 정부에서 협치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이유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두 차례 국회 가결을 포함해 어느 정권도 권력형 비리와 진영 간 극단적 충돌을 비껴가지 못했다.

차기 정권 앞에는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린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4당 체제에서 탄생할 정부는 이변이 없는 한 여소야대 상황을 맞닥뜨려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운 ‘불임(不姙) 국회’의 악습에다 사회 대개혁 등 촛불민심의 높아진 기대치까지 감안하면 차기 정권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

유권자의 사표 방지 및 다자간 대결에서 폭넓은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선거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나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추는 방안 등이 제시됐지만 아직은 별 진전이 없다. 각 진영과 대선주자 간 유불리만 따지고 있어서다.

과거 대선은 열성 지지층을 끌어모으면서 비슷한 수의 반대층을 양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치러졌다. 대선 주자 지지율이 지역·세대·계층에 따라 한쪽으로 쏠렸고, 결과적으로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되곤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51.6%(1577만3128명)로 승리했지만 총 유권자(4046만4641명) 대비 득표율은 38.98%였다. 노태우(32%), 김영삼(33.9%), 김대중(31.9%), 노무현(29.6%), 이명박(30.5%) 등 전 대통령들은 유권자의 3분의 1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결선투표제 논의는 다수당과 유력 후보의 시큰둥한 반응에 막혀 시들해졌다. 결선투표는 1등 후보가 과반 유효표를 받지 못하면 1, 2등이 다시 2차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차례 투표과정에서 정치세력 간 ‘연정’과 ‘협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많은 제도다. 눈앞의 승리 때문에 국민 대다수의 지지란 국정 운영 동력을 스스로 걷어찬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손성태 정치부 차장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