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박원순', '안철수-손학규' 연대 기류
'문재인-안희정' 훈풍 속 진보 지지층 잡기 경쟁 본격화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야권의 대선주자 간 '짝짓기'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며 대세론을 구가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판을 흔들기 위해 이해관계 또는 정치성향에 따라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기류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간의 연대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친노(친노무현)에 뿌리를 둔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 시장과 박 시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연대 움직임을 보였다.

박 시장은 이 시장에게 "언젠가 우리가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시장과 이 시장의 연대가 현실화한다면 비문(비문재인) 연대의 핵심축으로 떠오르며 민주당 대선 경선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밖에서는 제3지대에서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특히 안 지사가 손 전 대표를 상대로 정계은퇴를 요구한 데 대해 국민의당이 지도부까지 발 벗고 나서며 손 전 대표를 엄호하고 나서면서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발언은 정치금도에 어긋난다"면서 "안 지사는 과거 엄연히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불법 대선자금까지 받고 복역까지 하지 않았느냐. 후배가 정치를 똑바로 세워야지 그렇게 막말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를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은 안 지사가 사실상 국민의당이 주도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제3지대론을 공격한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지사는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안 전 대표가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면서 "지금 누가 밉다고 자꾸 움직이다보면 그 미움을 가지고는 절대로 좋은 정치가 안 된다"며 안 전 대표에게도 날을 세웠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본격적인 연대에 나설 경우 민주당 밖에서도 비문 전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와의 관계는 일단 우호적인 흐름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복잡미묘하다.

외관상으로는 문 전 대표를 공격해온 손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모양새가 됐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안 지사의 발언에 대해 "선거 때가 닥치면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거나 정계개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새누리당의 정권연장을 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안 지사가 되레 정치권 합종연횡에 대해 부정적인 소신을 부각하며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진보층에 구애를 보내는 데 목적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안 지사는 문 전 대표 측이 조심스러워하는 대선 경선 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전화통화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다 보니 진보 정체성을 강화해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 전 대표를 옹호하기보다는 존재감 부각을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