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자진탈당' 여부가 변수…재선·초선 기류 엇갈려
인명진 '유감표명'·서청원 탈당으로 마무리 관측도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에 대한 '인적청산' 문제를 둘러싸고 또 내홍에 빠졌다.

비박(비박근혜)계의 집단 탈당에 이어 당 지도부와 친박계가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적청산 카드를 꺼내 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께 친박 핵심 인사들의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을 찾아가 따로 만났다고 3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서 의원은 전날 소속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이 길이 아니다"며 인적청산 압박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우리 당과 후배들을 위해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서 좋은 결정을 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서 대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친박 핵심인 이정현 의원이 전날 탈당한 데 대해서도 "(이 의원 탈당만으로) '친박당' 색깔을 벗었다고 국민이 생각할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와병 중이던 인 위원장도 이날 여의도 당사로 출근, 친박계는 물론 초선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두루 접촉에 나섰다.

자신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인적청산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게 아니며, 규모도 우려만큼 크지 않으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개혁보수신당(가칭)을 "똥 잔뜩 싸고 도망가 '난 똥 싼 적 없다'고 하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인적청산을 두고 제기된 '신당과의 밀약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청산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8일까지 일촉즉발의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솔직하게 '누구누구 나가라'고 지명하지 않고 '알아서 기라'는 식으로 나온 것"이라며 인 위원장을 성토했다.

애초 인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던 이날 재선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도 인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됐다.

지역구 일정 등으로 의원들이 모이기 어렵다는 이유지만, 재선 그룹에 적지 않은 친박계와 인 위원장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낳았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인 위원장이 '청산 기준'으로 제시한 의원들이 재선에도 적지 않다"며 "어떻게 마주앉아 밥을 먹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재선 의원들의 이 같은 기류와 달리 초선 의원 사이에선 '인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자'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등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이다.

한 초선 의원은 "속으로 끙끙 앓고 있지만,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까지 일괄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성명서를 내자는 얘기도 오간다"고 전했다.

당이 '핵분열' 양상을 보이자 일각에선 인 위원장과 서 의원 사이에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 의원이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는데도 인 위원장이 '인적청산'을 발표한 만큼, 약속을 번복한 인 위원장이 이에 유감을 표명한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자신이 마음먹었던 대로 탈당하되, 다른 친박계 의원에 대한 추가 탈당 요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