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귀국 임박…'비박-비문 연대론'도 압박 요인

보수개혁신당의 출현으로 정계개편이 본격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야권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달 귀국을 앞두고 강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며 정계개편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는 흐름이 이 같은 통합논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이른바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에 맞서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권의 다른 축과 세력통합을 이뤄내야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차츰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26~28일, 전국 성인 1천52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지난주보다 1.2%포인트 오른 24.5%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야권 내부의 경계심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 개혁보수신당이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 연대를 이룬 뒤 반 총장이 여기에 합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야권통합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광장에서 촉발된 촛불민심이 내년에 제대로 된 결실을 보려면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며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는 승리의 전망이 갈수록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반드시 대선 전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야권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민주당은 중도층 공략은 물론 야권 텃밭인 호남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권통합은 어떻게 하든 이뤄야 하며 그게 안 되면 연대, 아니면 후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며 "야권이 분열해 여권의 잔존 세력과 연합하는 상황, 즉 책임 있는 세력과 책임을 물어야 하는 세력의 연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당이든 민주당이든 손학규 대표 이런 분들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만 친문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세력이 좀 강하다고 해서 친문만 빼고 모이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통합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야권의 지지층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지만 당의 구조를 엄밀히 들여다보면 '친노(親盧·친 노무현)·친문(親文)'과 '호남'으로 주축세력이 상이하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는 있지만 세력통합과 같은 '화학적 결합'을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국민의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다수 의원들이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늘 통합을 얘기하고 있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손뼉을 칠 수 있다"며 "통합의 상대가 통합 얘기만 하면 신경질을 상당히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뽑힌 주승용 의원은 간담회에서 "친박과 친문은 우리와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 그 외의 모든 세력은 일단 협상과 대화의 테이블에 올라와야 한다"고 비박-비문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결국 각자 경선을 치러 후보를 뽑은 뒤 막판에 가서 후보단일화를 하는 시나리오가 더 유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