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세력 경쟁으로는 내가 못 이겨…반문연대는 내 정치틀과 달라"
"개혁보수신당 가짜인데 진짜인 척…새누리당 탈당이 유일한 행위"
"주춤한 지지율 반등 방책은 '공정경제·기본소득' 비전"


이재명 성남시장은 29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끝까지 경선을 치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탄핵열차'를 타고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이 시장은 이날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내 경선방식이 당내 열세인 이 시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여의도 세력 경쟁으로 제가 어떻게 이기겠나"고 하면서도 "완전 국민경선 아니냐. 열성적인 일반 지지자가 많은 측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경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실력이 없어서 졌다고 봐야지 제도 때문에 졌겠느냐"며 '실력'을 무기로 문재인 전 대표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지율이 급등하다 최근 주춤한 데 대해서는 "탄핵안 의결을 거치고 소강상태가 되니 조정국면을 맞는 것 같다"고 진단한 뒤 "1년 전부터 30∼40명의 전문가 그룹과 정책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중순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지지율이 급등하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데.
▲ '촛불국면'에서 국민의 열망·가치에 제가 잘 부합했다고 평가된 것 같지만 탄핵소추안 의결을 거치고 소강상태가 되니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조정국면이 된 것 같다.

지지율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0.1% 차이 난 적도 있었다.

제 지지자 중 반 총장 지지자가 꽤 있었는데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 '포퓰리즘'으로 지킬 수 없는 것을 구호로 내건다는 비판도 있다.

▲ 촛불국면에서 저보다 훨씬 과격한 주장을 내세운 분도 많다.

저는 법이 지켜지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자고 한 것 외엔 없다.

대기업 재벌체제의 부당 내부거래, 중소기업 약탈, 불법노동과 정경유착을 없애자는 것이다.

다른 정치인들이 망설일 때 그런 주장을 해 국민 공감도가 높았고 '신상품'이라고 관심을 가진 것 같다.

-- 반 총장에 대해서도 '신상품'이라고 했는데.
▲ 반 총장도 새로우니 국민 기대가 확 높아졌다가 검증 국면에선 '진짜 나라를 책임질만한가'를 보게 될 것이다.

국민의 제일 관심사는 부패한 기득권 구조 혁파와 공정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공직자 출신은 공직을 국민을 위해 행사했는지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 반 총장은 고관대작 출신이지 않나.

그걸 이용해 뭘 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답하기 좀 어려우실 것 같다.

-- 민주당 내에서 끝까지 경선할 생각인가.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
-- 당내에서 경선하면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기 어려운 것 아닌가.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2년 대선 경선에서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실력이 없어서 졌다고 봐야지 제도 때문에 졌겠느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문 전 대표와 새누리당에서 건너온 손 전 대표 중 전통적 지지층이 누구를 선택했겠나.

시작부터 불리한 게임이었다.

-- 개혁과 법치를 기치로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개혁보수신당(가칭)을 평가한다면. 연대 가능성은 없나.

▲ 가짜보수들이 신분 세탁해서 진짜인 척하고 있다.

대통령이 구속되게 생겼는데 정계 은퇴는 해야 책임지는 것이다.

엉터리 대통령을 만들었고 그 밑에서 권력을 누려서 상당한 책임이 있는데 새누리당을 탈출한 게 유일한 행위였다.

'나는 관계없다'며 새로운 세력인 것처럼 하는 건 가면을 새롭게 쓰는 국민 기만행위다.

-- 민주당에서의 경선방식은 모바일 투표도 있고 불리하지 않나.

▲ 완전 국민경선 아니냐. 2012년에도 100만명이 투표했고 1인1표주의였다.

당원이란 의미가 많이 희석된다.

열성적인 일반 지지자가 많은 측이 유리하다.

-- '반문연대'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는데.
▲ 문 전 대표를 빼자는 게 아니라 역량이 취약한 나머지 후보들부터 실력을 키워 나중에 문 전 대표도 함께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문 전 대표를 뺄 필요가 없는 게 어차피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가 과거에 있던 제도이고, 압도적으로 1위 후보에 유리한 방향인데 어떻게 없애겠나.

-- 사드 반대를 주장했는데 북핵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 대화와 협상이다.

한미동맹은 확대 발전하는 게 맞지만, 종속적 관계로 전락해선 안 된다.

외교관계의 핵심은 국익중심의 자주적 균형외교다.

-- 당내 '이재명 계보'가 생기는 것 같나.

▲ 뜻이 맞으면 같이 하는 것이고, 절 도와주는 분들도 있지만 그걸 중심으로 하면 안 된다.

여의도 세력 경쟁으로 제가 어떻게 이기겠나.

제가 '반문연대'를 시도했다고들 하는데, 그건 저의 정치 틀과 완전히 다르다.

그렇게 하면 망한다.

-- 지지율을 더 올리기 위한 방책이 있나.

▲ '공정국가 건설'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핵심은 공정경제와 기본소득이다.

경제를 얘기하면 성장을 주로 말하는데 성장은 이미 쉽지 않다.

공정한 경쟁 룰을 만들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간다.

재벌체제가 부당 이익을 얻는 것을 깨야 한다.

처벌만 제대로 해도 된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 이상 근로하게 하는 고용주를 처벌하면 40만∼50만개 일자리가 생긴다.

현금을 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 공식 출마선언과 캠프 구성 계획은.
▲ 원래 12월 출마선언을 하려 했는데 탄핵국면에서 '내가 다음 곳간지기를 해보겠다'고 말을 할 수 없지 않나.

탄핵이든 퇴진이든 결판이 나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책 준비는 1년 전부터 30∼40명 교수 및 전문가와 하고 있는데 내년 1월 중순에는 국민께 보여드리려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이정현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