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북한 대사 월급은 900~1100달러, 공사나 참사관은 700~800달러를 받는데 모든 직원과 가족이 대사관에서 군대처럼 모여 살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월급에 따로 버는 돈을 더해 음식을 사거나 옷을 샀다”고 증언했다. 북한 재외공관의 외화벌이에 대해 구체적인 액수나 방법은 밝히지 않았으나 “무역성 등 경제부서 소속 외교관들은 지나치게 많게 정해진 외화 할당량을 평양에 바치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초 마지막으로 평양을 다녀온 태 전 공사는 이전과 달라진 북한 사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젊은 세대에 남한 문화가 퍼져 처녀 총각이 연애할 때 ‘오빠야’ ‘자기야’ 등의 표현을 쓴다”고 했다.

이어 “휴대전화에 남한 말투를 쓰다 불시 검열에 단속되면 20~30달러 정도를 뇌물로 건네고 처벌을 면한다”고 전했다. 정보가 통제된 북한 내에서도 한국 문화 흡수가 빠르고 외국 주재 북한 근무자들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남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