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절차부터 공방 치열…대통령 출석·관계기관 사실조회 '충돌'
검찰 수사자료 두고 대통령 측 불만…"일부 수사자료 증거 부동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당사자인 국회와 대통령 측이 준비절차 단계부터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음 주부터 본격 변론이 시작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 양상이다.

27일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제2차 준비절차 기일에 참석한 대통령과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들은 변론기일에 대통령의 출석 문제와 기업 등에 대한 관계기관 사실조회 요청 사안을 놓고 날 선 법률공방을 벌였다.

이들은 우선 국회 측이 박 대통령의 변론기일 출석을 요구한 것을 두고 충돌했다.

대통령 측은 현행법상 대통령의 변론기일 출석이나 신문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 절차가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상 대통령의 출석 없이 변론이 가능하고, 피고인이 자신 사건의 신문을 받을 필요도 없다"면서 "대통령이 심판정 출석은 안 하겠지만,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 측은 사실 파악을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신문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탄핵심판 당사자인) 본인을 신문할 필요성이 있어 증거방법의 하나로 박 대통령의 신문을 요청한 것"이라며 "증인 신문에도 불구하고 사건 실체를 밝히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헌재도 국회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에 요청한 관계기관 사실조회를 두고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대통령 측은 이날 헌재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연금, 삼성,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기업 등 16곳에 대해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사실조회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이유나 동기 등 의견을 묻는 절차로 변질돼 해당 기관에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반발했다.

반면 대통령 측은 사실조회를 통해 불필요한 증인신문을 생략할 수 있어 오히려 헌재 심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전날 검찰이 헌재에 제출한 '최순실 게이트' 수사자료의 증거 채택을 두고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확인됐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과거 재임 시절 법정 공방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발언했던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는 말을 인용하며 검찰 수사자료에 대한 불신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이 전 대법원장의 말은 밀실에서 작성된 검찰 조서보다는 공개 법정에서 신문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게 훨씬 더 공정하고 진실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라며 "공정(하게 이뤄진) 수사 부분은 (증거 채택에) 동의하고 아닌 부분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검찰 수사자료 대부분을 증거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자료는 분량이 방대해 당사자들이 검토가 끝나는 대로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한 의견을 낼 전망이다.

수사자료는 3만2천 페이지에 이른다고 한다.

공방 속에서 양측이 합의한 쟁점도 나왔다.

탄핵소추 의결이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한 판단은 양측이 더는 논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통령 측은 22일 첫 준비절차에서 "국회가 법사위의 조사 절차를 생략한 채 탄핵소추를 의결해 위법하다"며 헌재가 탄핵심판 자체가 적법하게 청구된 것인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법사위 조사 절차를 규정한 국회법은 임의규정"이라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 규정이 아니므로 본안 판단 전에 굳이 적법요건 판단을 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대통령 측이 이를 수용해 이 쟁점은 재론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은 헌재의 수사자료 제출 요청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원본을 가진 서울중앙지검이 이미 자료를 제출했고, 특검이 (추가로) 수사한 기록은 법률상 보낼 수 없으므로 공식적으로 제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박경준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