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다자구도 길 열려…신당, 국민의당과 '제3지대 제휴' 가능성도
반기문, 신당행 타진 여부도 주목…새누리-신당, 반기문 영입 놓고 각축 예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27일 집단 탈당으로 보수세력이 둘로 분열하고 원내 4당 체제가 현실화되면서 정국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 4당 체제는 길게 볼 때 1987년 개헌 이후 제13대 총선(1988년)을 통해 형성된 4당 체제가 1990년 '3당 합당'을 거쳐 양당 체제로 재편된 지 26년만이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 복귀와 함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민주당 소속 의원 60여명이 신당으로 적을 옮기면서 1년간 4당 체제(민자당-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를 유지한 적이 있어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20년 만이다.

이 같은 다당구조는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한층 키우면서 차기 대권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의 구도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여야 4당은 오랫동안 대통령선거의 전형적 양상이었던 양자 구도에서 벗어나 3자, 많게는 4자 구도까지 다양한 구도와 포석을 염두에 둔 채 대선 정국을 헤쳐갈 수밖에 없게 됐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으로 양분돼 충돌하는 전통적인 대선의 양상이 사라지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가칭 '개혁보수신당'으로 명명한 비박계 신당이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올라 국민의당, 그리고 민주당 내 비주류 세력과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가장 먼저 '제3지대'의 깃발을 든 국민의당과 신당이 여야의 주류세력인 '친문(친문재인)·친박(친박근혜)' 세력의 청산을 명분으로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거론된다.

두 정파는 이념적으로 중도에서 만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지녔고 지역적으로는 호남-수도권 기반과 영남-수도권 기반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성공 가능성을 보이면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남은 비주류까지 끌어모아 정치권의 중심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만큼, 기존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신당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호남 쟁탈전과 진보 성향 지지층 확보 경쟁, 그리고 새누리당과 신당 사이에 벌어질 영남 쟁탈전과 보수층 구애 경쟁 역시 앞으로 대선 정국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른바 '적통 경쟁'인 셈이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존 여야 정당 대신 신당행을 택하거나 기존 정치권 외부에 머물며 신당과의 제휴를 이어간다면 이는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선두를 다투고 있는 반 총장이 내년 1월 중순께 귀국하는 것에 맞춰 새누리당의 비주류 의원 일부가 신당에 합류하는 방안을 타진 중인 것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신당은 이날 중 일단 29명으로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마치고 1월 중순 전까지 최소 35명의 현역 의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반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이 반 총장 귀국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한편, 4당 체제가 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 1·2당 지위가 바뀌고, 이전까지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국민의당도 이제는 새로운 역할 모색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구도는 한동안 원내 협상의 혼란을 더욱 키우고 국회의 생산성을 더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 일단 우세하지만, 반대로 양당의 팽팽한 대립 구도가 허물어지고 원만한 협상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면서 오히려 '정치'의 윤활유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