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삼성물산 합병 재발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인 ‘상법 개정안’을 26일 발의했다. 소액주주들이 합병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합병유지청구권’을 새로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지청구권이란 회사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우려될 때 주주들이 사전에 이를 유지(留止·멈추게 하는 것)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위법행위나 신주 발행과 관련해 유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합병 관련 조항까지 확대했다.

현행법상 주주들이 주식회사 합병을 되돌리는 유일한 방법은 상법 236조에 따라 합병등기 후 6개월 내 합병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법원은 이미 완료된 합병에 대해선 무효 판결을 신중하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주주에게 불이익을 주는 합병을 견제하려면 별도의 사전 통제수단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14년 회사법을 개정해 합병유지청구권을 도입했고, 미국의 모범회사법도 위법한 합병에 대해 사전 저지 절차를 규정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계는 합병유지청구권이 기업의 자율적 사업구조 개편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현행법으로도 이사의 행위유지청구권 등을 통해 불공정한 합병을 통제할 수 있는 데다, 주주총회 합병결의 금지 또는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한 사전 대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합병유지청구권이 남발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나 구조조정 등을 위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삼성을 겨냥한 법안을 내놓은 것은 20대 국회 들어 세 번째다. 지난달에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합병할 때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주주들에게 배분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냈고, 6월에는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평가방식을 바꿔 사실상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유지청구권

회사나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한 행위로 주주가 손해나 불이익이 우려될 때 사전에 그 행위를 유지(留止·멈추게 하는 것)할 것을 청구할 권리. 현행 상법은 이사의 위법행위 및 신주 발행과 관련해 유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임현우/장창민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