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미화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반 총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반 총장의 거액 수수설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선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가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저널은 지난 24일 최근 여러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반 총장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 20만달러,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3만달러 정도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며 “반 총장이 23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수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일하던 2005년 5월 응우옌지니엔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주최한 한남동 공관 만찬 자리에서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참석한 박 회장이 20만달러를 줬고, 2007년 초에는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로 3만달러를 줬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또 박 회장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검찰이 박 회장을 조사하던 중 박 회장이 ‘반 총장에게 돈을 줬다’고 털어놨다”며 “그러자 검찰이 ‘국익 차원에서 반 총장 금품 제공 사실은 덮어두고 가자’고 한 뒤 조서에서 내용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 측은 “완전히 근거 없는 허위 보도”라며 “시사저널 편집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과와 기사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밤 이례적으로 한국 특파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이같이 강조했다. 반 총장 측은 “너무나 황당무계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반 총장은 공직 재임 중 어떤 금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반 총장 측은 황당무계한 음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석연치 않다”며 “주사는 놨는데 주사를 놓은 사람이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변명과 닮았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박상익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