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일정·페북 메시지 없이 측근만 만나 차분히 법률대응
집권 1~3년차 때는 안보·민생 현장행보…올해는 黃권한대행이 대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네 번째로 맞은 성탄 전야를 여느 때와 달리 조용히 보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외부 노출이나 공개 메시지를 삼간 것이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16일째인 전날 저녁 참모들이 마련한 케이크를 선물받아 조촐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고 한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몇몇 참모들이 관저로 찾아가 케이크를 함께 먹으면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박 대통령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이날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9번째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소환조사하는 등 뇌물 혐의 수사를 본격화해 분위기가 더욱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 참모와 변호인단을 제외하고는 외부 인사와 접촉하지 않았고, 매년 12월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하던 성탄 메시지도 올해는 내지 않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조용한 성탄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참모 한두 명과 만나 인사를 받은 것 외에는 법률 대응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본궤도에 오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대비해 주말에도 수시로 대리인단과 접촉해 법률 대응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당장 27일 열리는 탄핵심판 2차 준비절차 기일을 앞두고 헌재가 요구한 '세월호 7시간'의 박 대통령 행적을 제출하기 위해 참사 당일 시간대별 박 대통령의 업무 내역과 위치 등의 자료를 촘촘하게 정리하고 있다.

아울러 조만간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특검팀 압수수색 등의 직접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박 대통령의 '조용한 성탄'은 안보와 민생을 직접 챙기던 예년의 크리스마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취임 첫해인 2013년 박 대통령은 12월24일 군부대 격려 방문과 12월25일 아동시설 방문으로 눈코 뜰 새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2014년에는 페이스북에 직접 수놓은 자수 그림이 인쇄된 연하장 사진과 함께 성탄 메시지를 띄웠다.

작년에도 박 대통령은 12월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받은 메일을 공개하고, 전방 부대를 방문해 안보를 챙긴 바 있다.

그러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올해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장애 영유아 거주시설을 찾아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등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