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부처 "몇 개월 못 갈 업무보고인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측이 23일 2017년 정부 부처 업무보고 계획을 발표했지만, 벌써부터 업무보고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선 부처에서 이번 업무보고에는 주요 정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기한은 정해져 있고,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잘 팔리는 정책'은 새로운 정부에서 '세일즈'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부처들은 이번에 기존 정책과제 가운데 마무리되지 않은 정책들을 중심으로 보고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업무보고가 알맹이가 빠진 '수박 겉핥기'식 보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이번에 '돈 되는 정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부처에서나 동일한 분위기다.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지난해와는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앙부처 관계자는 "어차피 얼마 못 갈 업무보고 아니냐"면서 "몇 개월 있으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장·차관이 바뀔 수 있는데 이번 보고에서 새로운 업무계획을 내놓을 부처는 없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같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국정 운영의 공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새해 첫 번째 일정인 정부 업무 보고부터 부실해지면 황 권한대행 체제의 '영(令)'이 안 서고, 국정이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이 국정 표류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사실상 국정 운영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가 신속하게 방역 조치에 나서지 못했고, 황 권한대행이 뒤늦게 총력 대응을 지시하고 나섰지만 한발 늦었다는 것이다.

또 전 칠레 주재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도 공직기강의 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최순실 사태 이후 긴장의 끈이 풀려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제로 공직사회 분위기가 매우 느슨해져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