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청산·개혁 마지막 종착점이 개헌…국민 의사 반영해야"

[신년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불평등과 전쟁…개혁 동력은 시민"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 사회 개혁을 위해 99대 1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고 모두를 위한 경제 '위코노믹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23일 서울시청에서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국가적 청산·개혁의 마지막 종착점이 개헌이라고 생각한다며 개혁 동력은 시민이라고 말했다.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을 세운 박 시장은 스스로 공공적 삶을 살아온 혁신가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 일문일답.
-- 국가 또는 사회 전반의 개혁해야 할 분야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 가장 중요한 것은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다.

재벌중심 체제를 종식시키고,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노동자가 함께 잘 사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대량해고·구조조정, 비정규직의 병폐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는 이를 '위코노믹스'(WEconomics) 즉 모두를 위한 경제라고 표현한다.

청와대 개혁과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도 해결 과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정부로 개혁해야 한다.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하고, 대통령은 정부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지방검사장을 직선제로 하고, 기소 독점권을 분리해야 한다.

국정원은 정치 활동을 일절 금지해야 한다.

이번 '시민혁명'이 입증했듯, 이 모든 개혁의 동력은 시민이다.

-- 최근 개헌 논의와 관련해 '3년 임기 단축도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개헌 구상은.
▲ 촛불 민심에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염원이 깊이 깔렸다.

국가적 청산과 개혁 수순으로 마지막 종착점이 개헌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은 임시정부가 수립된, 헌법에 나온 건국일인 1919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해다.

2017년 전반기에 등장할 새 정부가 대한민국 모든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최종적으로 개헌을 완성한 뒤 그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2020년 총선과 대선을 다시 치르자는 것이다.

국민적 합의 하에 (이렇게 된다면) 대통령 임기가 3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는 '혁신정부'로 규정하고, 이 전제 아래 대선을 치르자. 지금 정치권의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은 해소돼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구상·건설이라는 두 가지 사명을 가지고, 과거 대통령보다 훨씬 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

국민적 소통과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데 아주 유능한 사람이 해야 한다.

개헌은 실무적으로 국회 개헌특위 중심으로 논의되겠지만, 국민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청산돼야 할 세력이 (개헌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 개헌의 내용으로 의원내각제도 열어둔다는 뜻인가.

▲ 지금은 권력 구조에 논의가 집중돼 있다.

4년 중임제, 의원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아니면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한다든지 하는 대통령제의 대대적 수선이든, 지금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는 국민 동의가 있다고 본다.

어떤 쪽이든 국민 참여에 의해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한다.

또 불평등 체제 개선과 공공성 강화 등 내용도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

선거법 개정도 중요하다.

개헌과 별도로 대선 결선투표 도입,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확대, 선거 연령 하향 등이 이뤄져야 한다.

승자 독식주의 소선구제가 지역주의를 고착시키고, '죽기살기'식 선거 정치문화 원인이 됐다.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어야 정치적 안정이 온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개헌 언급을 피하고 있다.

▲ 이미 개헌 논의는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권에 '제3지대'가 형성된다면 참가할 의향이 있는가.

▲ 나는 민주당 당원이다.

지금 제3지대로 나간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 촛불 정국에서 큰 활약을 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 '점수'는 차곡차곡 쌓여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확 뜨는 '티핑 포인트'가 올 것이다.

-- 대선출마 선언은 안 했지만, 국민이 내년에 시켜준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불평등과의 전쟁'이다.

불평등이 경제성장 성장판을 닫게 했고, 시장과 자본주의 실패를 야기했고, 민생 도탄을 초래했다.

-- 대중이 박원순에 떠올리는 이미지는 여러가지다.

박 시장은 어떤 사람인가.

진보인가, 보수인가.

▲ 나는 공공적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인권 변호사가 된 것도, 사회 운동가·시민 활동가가 된 것도, 자선 운동을 한 것도, 시민적 싱크탱크 운동을 한 것도, 서울시에서 5년도 공공적 삶이었다.

혁신의 삶이었고, 협치의 삶, 소통의 삶이다.

개인적 이익보다 처음부터 국민 삶의 질과 인권을 위해서 살아왔다.

우리 사회가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온 국민 열망이자 제 삶을 관통하고 일관하는 내용이다.

가디언지가 세계 5대 혁신 시장으로 뽑기도 했다.

혁신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해내는 힘과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끈기 있고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나는 서울시에서도 원전하나 줄이기, 공유도시, 마을 공동체 귀환 등 새로운 미래가치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했다.

--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데, 재벌 없이 경제정책을 끌고 갈 자신이 있나.

▲ 재벌과 대기업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재벌이 아주 작은 지분만으로 전체 '선단'을 다 소유하는 것이 혁파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배 구조가 개혁돼야 개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감옥에서 형량을 제대로 산 재벌이 없는 현실의 사법구조와 재벌구조가 불평등 사회를 상징한다.

법에 따라 제대로 수사해 (죄를) 물을 것이 있다면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합리적 사회가 돼야 한다.

--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을 어떻게 검증해야 하나.

▲ 걸어온 길을 보면 걸어갈 길이 보인다고 한다.

살아온 삶으로 증거되지 않는 말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시대와 국민 요구를 얘기했다.

언제쯤 결단을 내릴 것인가.

▲ 국민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위해서도 이제 저도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와 국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 뜻에 부합하는 결단을 내리고자 한다.

-- 22일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기록을 세웠다.

5년 이상 서울시장으로 일하며 세운 가장 큰 업적 한 가지는.
▲시민과 서울시 공무원이 함께 서울시 혁신에 나선 일이다.

서울 변화가 대한민국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 서울시장으로 처음 취임한 2011년으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은.
▲ 1% 위험요인이라도 제거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이태수 기자 merciel@yna.co.kr, dkkim@yna.co.kr,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