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해야 한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기득권·특권·패권세력을 지키자는 것이 호헌이다. 헌법체제를 바꾸는 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연대설’이 나돌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가 22일 개헌을 놓고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도 참석했다.

안 전 대표는 “개헌은 해야 하지만 지금은 구체제 청산을 위한 개혁에 집중할 때”라며 “여러 대통령이 당선 후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사람이 많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으려면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다당제에 적합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탄핵심판 마무리 전까지 법제화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손 전 대표는 “개헌 반대론자들은 ‘시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시간은 충분하고 의원 세력도 확보됐다”며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개헌을 이긴 호헌이 없다”며 당장 논의를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손학규 대선 연대’가 사실상 가시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손 전 대표는 “안철수 현상은 아직 유효하다”며 안 전 대표를 치켜세웠고,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개헌에 대해 의견이 통일되지 않으면 두 사람의 연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추진 당론 채택을 추진할 예정이나 안 전 대표는 유보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이 안 전 대표와 견해 차이를 묻자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 다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며 “많은 변화가 있을 테니 두고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개헌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가짜 보수 시대를 끝내고, 기존 진보·보수 프레임을 넘어설 협력의 지평을 열자”며 자신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논의되는 개헌은 다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얘기되고 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대선후보들이 공약해 다음 정부 초반에 실현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개헌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기는 지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임기 단축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