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섀도캐비닛 의문, 호헌론자는 패권세력"…文, 무대응
安 "대선 결선투표제" 제안에 文 "필요하지만 개헌해야 해 이번 대선에선 불가"
安 "대선前 개헌불가"에 孫 "국민 뜻 거스르지 못할 것"


조기 대선의 초입에서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서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서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주자들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개헌을 소재로 서로를 공격하는 와중의 만남이라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당장 개헌 전선(戰線)에서는 대선 이전 개헌 불가론자인 문 전 대표와 당장 개헌에 착수해야 한다는 손 전 대표가 극단적인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 불가 주장을 하고 있어 문 전 대표와 입장이 거의 유사하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손 전 대표와 마냥 대립각만 세우는 형국은 아니다.

개헌 이슈에서는 입장을 달리하지만 안 전 대표가 손 전 대표를 국민의당으로 영입하기 위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은 지속하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대선전 개헌 불가'라는 입장은 사실상 같지만, 정치적 입장은 상당히 다르다.

2012년 대선에서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의 설전 속에서 후보직을 내려놓고, 작년 말에는 급기야 문 전 대표가 당수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분화하면서 둘의 관계는 상당히 틀어진 상태다.

이런 구도를 보여주듯 토론회 내내 이들은 서로 별다른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개헌을 소재로 날 선 발언을 내뱉으면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가장 각을 세운 이는 손 전 대표였다.

그는 "기득권 세력, 특권세력, 패권세력을 지키자는 게 호헌"이라며 또다시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개헌 반대론자들은 개헌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시기가 안 좋다' '대선부터 하자'고 한다"며 "하지만 시간은 충분하며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개헌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가짜보수 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여권을 비판하면서 진보·보수 프레임을 뛰어넘는 협력을 강조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문 전 대표는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선 이전 개헌론자'를 비판해왔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제3지대, 이합집산 이런 얘기는 전부 정치적 계산 속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친박이라 불리는 정치집단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여권을 정조준하면서 개헌 문제에 대해선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다당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대선 룰을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서 오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제는 필요한 제도로, 지난 대선 때 공약한 바 있다"면서도 "대선후보들의 개헌 공약에 포함될 수 있지만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선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대선 전 개헌 불가' 입장에 취재진에게 "국민 다수가 개헌을 요구하고 있어 국민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가 밝혔던 섀도캐비닛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안 전 대표는 "인수위 없는 정권의 섀도캐비닛은 장점이 많다"고 호응하면서도 "법률적 기반 없이 구성하면 현행 선거법상 자칫 매수죄가 될 우려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자가 캠프 구성원뿐 아니라 경쟁상대 캐비닛에 있는 분도 좋은 인재이면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인수위 없이 대통령이 될 경우를 생각해 섀도캐비닛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자칫 대선이 끝나면 공수표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섀도캐비닛이 제대로 내놓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후보와 정당 간 협약으로 결정 내용을 국민에 공개하고 당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는 식으로 인적 진용을 갖추는 것을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한편, 안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섀도캐비닛이 매수죄 우려가 있다"며 문 전 대표를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문 전 대표는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문 채 담담히 듣는 모습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서혜림 박수윤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