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공사의 엊그제 증언은 이달로 만 5년을 맞은 김정은 체제의 실정을 재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집에서의 얘기가 도청돼 처형됐다는 인민무력부장 숙청 사례, 다수 엘리트 그룹까지 공포에 떠는 폭정,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주민들이 밤에는 이불 덮어쓰고 한국 드라마를 보며 동경심을 키운다는 실태들이다.

특히 관심 가는 대목은 “두 아들에게 노예의 사슬을 끊어주려고 왔다”는 말이다. 국회 정보위를 통해 그는 “김정은의 나이가 어려 자신의 자식, 손자 대까지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간부도 많다”며 북한 엘리트의 진짜 고민을 털어놨다. 신장과 체중 격차 등 남북 간 이질화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냐 노예냐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마침 어제 유엔 총회는 심각한 지경에 처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올해로 12번째인 이 연례 결의안에는 김정은이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도 태씨의 발언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을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는 문재인 씨의 발언은 여러 가지로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