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주류진영 '반기문 때리기'…구심력 약화·보수 쇄신에 경계심
비주류는 "文 대세론 흔들리는 계기" 분석…국민의당 "潘, 함께할 수 있다"

야권은 21일 새누리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돌입하면서 대권 경쟁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이날 대선 출마를 강력 시사하면서 야권 내에서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진영과 반 총장이 결합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과 동시에 보수세력의 재결집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야권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나 새 정치세력 등장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내부에서 진영별 셈법은 복잡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주류 진영에서는 이같은 기류 변화가 자칫 원심력을 강화하지 않을지 우려가 감지된 반면, 비주류 진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이날 반 총장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한 몸을 불사르겠다"며 대선도전 의지를 보인 것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반기문 때리기'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도 PBC라디오에서 "반 총장에 대해서는 친박(친박근혜)과 연대 의지를 갖고 계시다고 많은 분들이 봤는데, 최근에는 '국가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하더라"라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분이 야권으로 와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선택은 자유"라면서도 "지금의 시대정신이나 국민의 열망을 놓친다면 반 총장의 명성에 흠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과 여당 탈당 세력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대권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에도 민주당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의 당 문제에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만, 분당을 계기로 일각에서 이런저런 이합집산 예측이 나온다"며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3지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물밑에서는 여권의 이같은 분화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여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면모를 일신하면서 총선에서 승리한 기억이 야당에는 '트라우마'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에 등을 돌렸던 보수층 유권자들이 비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에는 지지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며 "면밀히 기류를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의 출현으로 민주당의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주류 진영이 대권레이스에서 앞서가는 모습이지만, 새 정당이 출현하고 국민의당이나 민주당내 개헌파가 여기에 호응할 경우 판이 어떻게 흔들릴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민주당 심기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인들의 개헌논의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대선을 앞둔 헤게모니 확보의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개헌론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국민의당이나 야권내 비주류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기존의 '대세론' 구도가 흔들리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민주당 비주류 진영의 한 관계자는 "개헌을 매개로 새 정당과 논의를 해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며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압박감이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 주류진영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박근혜 리더십에 국민이 배신당했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한국 정치를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와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반 총장 측에) 우리 당으로 와서 안철수 전 상임대표와 경선해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