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예우하겠다, 정우택 내주 접촉" 불구 민생 부담 '일시적' 관계 관측
황교안, 박근혜정부 논란정책 등 국정운영 기조 따라 좌우될 듯


야권이 '포스트 탄핵' 정국에서 각을 세워왔던 대(對)정부 및 대여관계가 '해빙모드'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대정부질문 불참 의사를 접고 20일부터 이틀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황 권한대행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대정부질문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왔지만, 야권은 황 총리가 불참할 경우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일촉즉발의 전선이 형성됐었다.

여기에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했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 조만간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접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탄핵 국면에서 국정 정상화에 책임이 있는 거대 야당으로서의 현실적 입지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들은 황 권한대행의 대정부질문에 쌍수를 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 좌절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뒤늦게나마 촛불민심의 엄중함을 깨달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히 황 권한대행에게 "예우를 갖추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그간 황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은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 때문이었는데, (대정부질문에) 나온다고 하니 더는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국회 출석이 발표되기 전 YTN라디오에서 "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을 대화 파트너로 상대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유연한 입장을 보이다 황 권한대행의 출석이 확정되자 "잘 결정하셨다.

예우를 갖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친박계 인사인 정우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도 다음 주께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과 정 원내대표의 문제는 별개"라고 전제, "박지원 원내대표의 이달 말 퇴임 전에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음 주에는 정 원내대표를 만나려 한다"고 말해 내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헌법 질서를 지키면서 인정할 것은 인정해서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민생·경제·안보 문제 등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의 대정부질문 출석을 계기로 야정(野政) 및 여야 관계가 정상궤도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탄핵 정국에서 뒷전으로 밀린 민생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정국이 화해무드로 흐르는 것일 뿐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의 대정부질문 출석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했지만, 야권의 시선은 그 너머에 가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들을 황교안 체제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지켜보겠다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계획과 한일 간 위안부 협상 및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 등에 대한 황 권한대행의 입장이 향후 야당과 정부 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은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국정운영 방안을 들고 오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정우택 원내대표와의 회동 자체가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 원내대표의 "황 권한대행과 정 원내대표의 문제는 별개"라는 언급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국민이 외면한 새누리당의 선택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당분간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냉각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당 협조 없이는 야당이 기치로 내건 민생 정책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가습기 피해자 관련 법안 등이 신속히 통과되어야 한다"며 "정 원내대표를 만나 이런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서혜림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