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논란에 "모든 인명피해 사건 대통령이 생명권 침해 논리"
"崔관여는 국정의 1% 미만…100만 촛불 탄핵사유 '대통령 임기보장' 몰각"
"삼성 8천억 출연시 재단 이사진 친노로 채운 사례도 있다" 주장
'키친 캐비넷', '백악관 버블' 들며 崔 연설문개입 의혹 방어


박근혜 대통령측은 '세월호 7시간' 논란과 관련,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대어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공개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헌재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구조 책임은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에 대해서만 인정됐고 상급자인 목포해양경찰서장,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탄핵안 논리라면 모든 인명피해 사건에 대통령이 생명권 침해 결론" = 박 대통령 측은 "단순히 직무를 완벽히 수행하지 않았다거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헌법에 규정된 생명보호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탄핵안 논리대로라면 향후 모든 인명 피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박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근무하면서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대규모 인명피해 정황이 드러나자 신속하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가 현장 지휘를 했다"는 주장을 국민 생명권 보호 노력의 증거로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다뤄질 세월호 참사 대응 등의 쟁점에 대해 미리 방어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론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100만 촛불 탄핵사유는 대통령 임기보장을 완전히 몰각한 처사" = 박 대통령측은 100만 촛불집회가 탄핵사유로 언급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 탄핵의사가 분명해졌다는 것을 사유로 한 탄핵소추는 헌법상 대통령의 임기보장 규정 취지를 완전히 몰각·무시하는 위헌적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대통령측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낮고,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집회에 참여하면 임기를 무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해 촛불민심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언론, 질풍노도 시기에 폭로성 의혹 남발…최순실 의혹은 국정의 1% 미만" = 박 대통령측은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부인하면서 "언론에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미르·K재단, 최순실 이권 사업' 등에 국한돼 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수행한 국정 전체의 극히 일부분"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제기 기사뿐"이라면서 "명확하게 소추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 "檢조사 불응, 비난받을 일 아니다…측근비리 역대 대통령 탄핵대상 되나" = 검찰 조사 불응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 측은 "참고인으로서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 행사에 불과한 것이어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며 "심지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도 당사 내에서 농성하며 검찰을 규탄한 사례가 있었고, 그것이 탄핵당할 잘못이라는 비판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리인단은 최 씨 행위를 박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으로 물은 것은 연좌제 금지를 위배한 것이라고 보면서 "탄핵소추의결서의 논리라면 측근 비리가 발생한 역대 정권 대통령은 모두 탄핵 대상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등 최고권력자의 친인척, 지인들이 최고권력자의 권위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친척들도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그러나 전직 대통령 누구도 이런 문제로 탄핵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탄핵소추는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사재 출연에 재단 이사진 친노로 채워"…盧정부 사례 들며 반박 = 박 대통령측은 재단 설립과 대기업 모금 관련 의혹을 방어하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삼성 일가가 8천억 원 사재를 출연하자, 정부가 나서서 이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해 재단 이사진을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로 채운 사례도 존재한다"고 언급, 논란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이 보수단체 집회에서 "노 전 대통령도 삼성에서 8천억 원을 걷었다"고 주장해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와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등으로부터 고소당한 바 있다.

◇ '백악관 버블·키친 캐비넷' 인용해 崔 연설문 개입의혹 반박 = 최 씨의 연설문 등 개입 의혹에 대해선 외국 사례를 들어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측은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는 속칭 'kitchen cabinet'(키친 캐비넷·미국 대통령·주지사 등의 사설 고문단 또는 브레인)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고립돼 대중의 일상 생활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White House Bubble(백악관 버블)'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국정 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임형섭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