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행' 김무성·유승민, 갈림길에 서다
지난 16년간 한배를 타고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 온 새누리당의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갈림길에 섰다.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비박(비박근혜)계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행보는 갈린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쪽에, 유 의원은 당 개혁을 주장하며 일단 잔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은 2000년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합한 후 비슷한 정치 행로를 걸어왔지만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은 2000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시절 각각 원내수석부총무(김 전 대표)와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유 의원)으로 한배를 탔다. 김 전 대표는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유 의원과 함께 대선 승리를 위해 뛰었다.

두 사람은 2004년부터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핵심 친박(친박근혜)’으로 불렸다. 2005년 김 전 대표가 한나라당 사무총장, 유 의원은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다. 2007년 대선 경선 땐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캠프 실무를 총괄했고, 유 의원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그 후 ‘원박(원조 친박)’으로 불렸던 두 사람은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면서 비박으로 돌아섰다. 지난해엔 새누리당 투톱(대표-원내대표)으로 손발을 맞췄지만 친박과 갈등 끝에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 대선주자로 유 의원을 밀 것이라는 이른바 ‘무(김무성)-승(유승민)’ 합작설이 나돌았다. 두 사람 모두 탈당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김 전 대표 측과 이미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은 유 의원의 탈당 선언을 기다리고 있으나 유 의원은 ‘당내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탄핵 정국을 계기로 두 사람의 행보가 갈리는 것은 정치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PK(부산·경남), 유 의원은 TK(대구·경북) 출신이다. 김 전 대표로선 친박계 위주의 TK가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는 한 당에 남아 대선판을 주도하기엔 한계가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동·서 화합을 명분으로 연대할 수도 있다. 또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에서 다른 정치세력과 힘을 합할 여지도 있다. 반면 예전 같지는 않지만 TK지역은 새누리당에 대한 우호적 정서가 깔려 있다. 유 의원이 당을 떠나기 쉽지 않은 요인이다.

개헌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김 전 대표는 이원집정부제, 유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