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본격화 이후 25번 공개활동 중 20차례나 기념사진 촬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들어 시찰(현지지도)에 나설 때마다 거의 매번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단체사진을 찍고 있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가 18일 북한 매체들과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은 지난 9월 30일(이하 보도일 기준) 룡악산샘물공장 시찰 이후 총 25번의 공개활동 가운데 무려 20차례나 현지 관계자들과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간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7차 노동당 대회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만 단체 사진을 찍었던 관행과는 다른 행보로 읽힌다.

이 때문에 한 달에 5번 안팎이던 기념사진 촬영 횟수가 최근 2달에는 월평균 약 10차례로 부쩍 늘어났다.

기념사진 촬영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지난 11일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대대와 지난 13일 원산 군민발전소 방문 때 찍은 기념사진을 보면 그간 보이지 않았던 파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특수작전대대 방문에서는 가장 앞에 있는 김정은 뒤로 훈련을 마치고 소총을 휴대한 채 정렬해 있는 전투원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김정은이 참석하는 '1호 행사' 참석자들은 경호 문제 때문에 라이터조차 휴대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김정은이 참관한 훈련은 북한군이 설치한 실제 청와대 크기의 절반 정도인 모형을 습격하고 주요 인사를 납치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원산 군민발전소 방문 때 김정은은 평소처럼 맨 앞줄 중앙에 서지 않고 맨 뒷줄 가운데 섰다.

김정은의 얼굴이 다른 이들보다 두드러지지도 않아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김정은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김정은이 기념사진을 남발하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점화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

김정은의 잇따른 '기념사진' 행보는 우리나라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자신은 통치권에 전혀 문제가 없는 지도자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의 행보는 최고지도자로서 남한보다 여유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애민(愛民) 지도자의 이미지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지난달 13일 연평도에서 서북쪽으로 4.5㎞ 떨어진 갈리도 전초기지 등 서해 최전방 서북도서의 말단 부대를 방문한 것도 비슷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