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상황 관망할 듯…친박 '공동비대위원장' 검토에 발끈

당 쇄신의 분수령으로 평가돼온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친박(친박근혜)계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비박(비 박근혜)계의 고심의 깊어지고 있다.

민심이 등을 돌려버린 '도로 친박당'에 갇혀있다가는 더이상의 정치적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상황인식 속에서 집단탈당 카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실제로 이미 비박 내 최대 세를 갖추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고,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도 탈당 가능성을 일부 열어둔 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탈당검토 의사를 밝힌 의원은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고, 여전히 내년 대선승리와 보수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해 당장 집단탈당 내지 분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높다.

일단 오는 21일께로 예상되는 비대위원장 선출을 통해 당권을 장악하는데 주력하면서 탈당 논의를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이다.

비주류 내 한 핵심 3선 의원은 17일 통화에서 "경선이 끝나고 일부 의견을 교환해본 결과 당분간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고, 또 무엇보다 친박에서 비대위 문제 관련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다수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친박 일부에서 양대 계파의 공동위원장 체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앞서 전날 원내대표 경선 직후에도 나경원 의원은 탈당 여부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밝히며 말을 아꼈고, 비주류 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 역시 통화에서 "비대위 구성 문제를 논의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탈당 검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김무성 전 대표로 볼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지역구인 부산에서 열린 한 당원 행사에서 "친박계와 같은 당에 있는 한 완전한 개혁을 통한 정권 재창출이 요원하다"며 "탈당과 신당 창당 여부를 일주일 가량 신중하게 고민한 후 최종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탈당과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20명이 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로 탈당 결심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해 "당의 변화를 바라던 많은 의원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상당히 생각을 헤매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당에 남아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이나 투쟁은 끝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김 전 대표와는 상당한 온도 차를 내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