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으로서 '국방' 먼저 챙겨…첫 행보도 합참 방문
내치에도 치중…일주일에 2차례 국정 현안 관계장관 회의
野와의 협치는 '삐걱'…黃권한대행 국회 출석 놓고 대립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은 지 18일로 정확하게 열흘이 된다.

당초 황 권한대행은 2004년 '고건 모델'처럼 현상유지만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사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며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에 대해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 황 권한대행과 야권의 대립구도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열흘 동안 가장 역점을 둔 것은 '국방'이었다.

황 권한대행은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곧바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계태세 확보를 지시했고, 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국내외 안보상황을 점검했다.

11일 권한대행으로서 첫 번째 현장일정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한 것이었다.

국가 비상상황을 맞아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북한의 도발을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행보였다.

황 권한대행은 내치에도 힘을 쏟았다.

황 권한대행은 종전의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국정 현안 관계장관 회의'로 확대·개편하고 일주일에 두 차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번 주 2차례 회의를 열어 '동절기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보완·시행하기로 했다.

또 연말연시를 맞아 특단의 치안대책을 마련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을 지원 대책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2일에는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AI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AI 방역 긴급지시를 내리고, 'AI 일일점검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은 "그 동안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AI 대책의 방향에 대한 원칙을 말하겠다"며 7대 원칙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지역 등에 대설이 예상된다는 예보가 나오자 "주민 피해와 생활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긴급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밖에 2차례에 걸쳐 사회 원로와의 간담회를 하고,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와 종로구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를 각각 방문해 치안 상황을 살펴보는 한편, 경기도 광명시 소하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복지 정책을 점검했다.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 및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어 '지진방재 종합대책'과 '공연안전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야권과의 관계는 시종일관 삐걱거렸다.

특히 야권은 황 권한대행에 대해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연일 견제구를 날렸고, 황 권한대행은 야권에 끌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양측의 신경전은 일주일 내내 지속됐다.

첫 번째 충돌지점은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이었다.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을 상대로 20∼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라고 압박을 가했지만, 권한대행 측은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야권은 또 협치(協治)를 위해 권한대행과 정당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지만, 황 권한대행은 여당 지도부가 없는 상태에서 야당대표와 회동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정당대표와 개별 회동을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거부, 국민의당은 수용으로 입장이 갈려 황 권한대행과 정당대표와의 회동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와 함께 정당과 국회의 '협치의 장'인 여·야·정 협의체 역시 여당 내 분열로 기약이 없는 상태다.

특히 야권에서 친박근혜(친박)계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여당의 분당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협상 테이블도 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황 권한대행이 유일호 경제부총리에 대해 사실상 유임 결정을 내리고, 제한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를 단행하기로 한 데 대해 야권은 "인사권 행사를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냉기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