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 국회의 이런 황당 법안들

대기업 인적분할 못하게 자사주 미리 소각
롯데·CJ 겨냥 영화 배급·상영 '겸업 금지'

백화점·면세점도 월 2회 문 닫아라…시멘트업계 연 500억 세금 더 내라

●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월 4회로 확대
● 대학등록금 상한제 어기면 불이익
● 대기업 청년 의무고용 안하면 부담금

"벚꽃대선 현실화 땐 규제 더 강해질 듯"
여야 국회의원들이 기업 규제를 강화하거나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등장한 ‘재벌도 공범’ ‘재벌 해체’ 등의 구호에 편승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법안을 줄줄이 발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야당이 최순실사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면서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정국혼란 틈 타 '반기업 입법' 폭주

규제 법안은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을 인적분할하면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상법 규정을 활용해 재벌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가로막아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롯데 등이 이 법안의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 개정안은 롯데와 CJ를 겨냥하고 있다.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롯데는 롯데엔터테인먼트(배급)와 롯데시네마(상영), CJ는 CJ E&M(배급)과 CJ CGV(상영)를 통해 영화 배급 및 상영사업을 하고 있다.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에 일정 비율 이상의 상영관을 배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소비 위축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를 더 옥죄는 법안도 줄을 잇고 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 중인 영업시간 제한 및 월 2회 의무휴업제도를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설날과 추석 전날엔 무조건 문을 닫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4회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통업계는 백화점과 면세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과 상권 및 고객층이 많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규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후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보다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컸다며 규제 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철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시멘트 생산업체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을 불러왔다. 이 개정안은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대상에 시멘트를 포함시켜 t당 1000원의 세금을 매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자원시설세란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 등으로 주변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때 환경 개선 등에 쓰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이 이미 지역자원시설세 과세 대상이란 점에서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에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되면 7개 시멘트 업체의 세 부담이 연간 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 불황으로 적자가 누적된 시멘트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기”라고 말했다.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매년 정원의 4%에 해당하는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내놨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과 연평균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이면서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민간기업이 대상이다.

청년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엔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지만 청년 고용을 강제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시장원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연 27.9%인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20%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채무자에게 부과하는 이자 합계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출 이자율을 제한해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선 이자율을 제한하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들이 대출심사 등을 강화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대출받기가 오히려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대학등록금 상한제법’(고등교육법 개정안)도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법안은 교육부 장관이 매년 등록금 기준액과 상한액을 정하고, 이를 초과해 등록금을 책정한 학교에는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기업의 불법행위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 손해액의 최대 세 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징벌적 배상법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올해 정기국회에선 통과되지 않았지만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 불확실성으로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정기 임원 인사까지 미루고 있다”며 “내년 봄 또는 여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정치권의 기업 규제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김정은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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