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반(反)법치 풍조가 노골화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공공연히 ‘혁명’을 언급하는가 하면 광장은 무정부를 획책하고 법질서를 조롱하는 ‘인민재판’의 장으로 변해가는 조짐이다. 아직 본격 심리에도 들어가지 못한 헌법재판소 주변에선 어떻게든 판결에 영향을 미쳐보려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헌재의 판단이 대중의 압력에 굴복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법치를 훼손하면 어떤 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헌재가 탄핵기각을 결정하면 어쩔 것이냐”는 질문에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답변했다. 헌재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발언이어서 그가 과연 대선주자가 맞는지, 합법정당의 대선주자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는 그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도 제도로서의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거리의 정치를 극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연설 제목부터가 ‘대한민국 촛불혁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민혁명’이었다.

하기야 광장은 이미 사법질서를 희롱하는 장으로 변질됐다. 당장 오늘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주최 측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대통령을 끌어내렸고 황 대행까지 낙마시키면서 정부를 무력화시키자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촛불집회를 정치정략으로 교묘하게 악용하며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중이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초법적·탈법적 구상을 쏟아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그제 “내년도에 한해 상가와 주택 전·월세 동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가 및 주택 소유주들의 계약권리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장개입이요, 초법적인 발상이다. 이에 앞서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권한과 관련, “야 3당이 먼저 대통령 대행의 ‘권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황 권한대행 및 원내 정당 대표들 간 정치협상을 통해 확정지어야 한다”는 초법적 제안까지 내놨다. 도대체 누구를 보고 무슨 법을 지키라고 할 것인가. 탄핵정국을 타고 ‘김영란법’이 빠른 속도로 사문화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계기로 기존의 법질서까지 무너뜨리려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광장은 민심의 일단일 뿐 의결기구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소위 ‘평화 시위’가 언제 비열한 폭력시위로 변할지 모른다. 정치인들이 나라를 협박하고 조롱하면서 반법치 풍토가 퍼져가고 있다. 법도 안 지키면서 도대체 어떤 나라를 만들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