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인근·광화문서 양측 간 충돌 우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심리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박 대통령은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퇴진까지 촉구하는 제8차 촛불집회가 17일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16일 경찰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진보진영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 집회를 연다.

퇴진행동은 이번 집회에서 헌재의 신속한 탄핵 처리를 요구하는 한편, 황 권한대행 역시 박 대통령과 '공범'이라며 그의 퇴진도 요구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황교안은 민주인사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공안검사이자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서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대표적인 부역인사"라면서 "황 총리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집회에 앞서 오후 4시에는 '퇴진 콘서트 물러나쇼(show)'를 열고, 본집회 뒤에는 행진이 이뤄진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자하문로와 효자로, 삼청로를 통해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하는 동시에 헌재 방면과 삼청동 총리공관 100m 앞까지로도 행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추워진 날씨를 고려해 본집회 전 사전행진은 안 한다.

퇴진행동 측은 "행진이 길어지면 참가자들이 육체적으로 피곤해지는 만큼 본집회 후 오후 8시 30분께까지 '짧고 굵게' 행진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종전처럼 퇴진행동이 신고한 청와대 주변 11개 집회 지점 중 5곳은 오후 5시30분까지로 조건부 허용하고, 청와대나 헌재, 국무총리 공관과 근접한 나머지 6곳은 금지 통고했다.

11개 행진 구간도 2건은 신고 내용 그대로 허용했으나 나머지 9건은 헌재에서 남쪽으로 500여m 떨어진 낙원상가 앞 또는 율곡로·사직로까지로 제한했다.

퇴진행동은 경찰의 통고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이날 오후 늦게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구월동 로데오입구, 부산 서면 일대,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세종 도담동 싱싱장터 광장, 경기 수원역광장 등에서도 촛불집회가 일제히 열린다.

광화문 촛불집회 행진 경로는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행진 경로와 구간이 일부 겹쳐 충돌이 우려된다.

이들은 종로 수운회관에서 헌재 인근인 안국역 사거리를 거쳐 동십자각로터리,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까지에 이르는 경로를 경찰에 신고했다.

안국역 부근에서 촛불 시위대와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소공원에도 엄마부대 등이 집회를 신고해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마찰이 예상된다.

경찰은 불상사가 없도록 경비병력을 투입해 양측 간 접촉을 최대한 차단할 방침이다.

경찰은 박사모 행진 경로에서 동십자각 로터리까지만 허용했으나 박사모가 신청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여 오후 4시까지 조건부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행진이 허용됐다.

현 시국과 관련해 정치권을 비판하는 기자회견 등은 이날도 이어졌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국회의원직 사퇴와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학 후배로서 이정현 대표에게 고한다"면서 "국민의 눈물을 닦겠다고 국회의원이 되고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을 지키려고 국민의 눈물을 쥐어짠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