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김영재 원장 연결해준 장본인이지만, '비선진료'에 모르쇠 일관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가 지난 14일 종료됐으나 결과적으로 청와대 의무 시스템의 허점만 노출됐을 뿐 구체적인 원인과 책임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초기 주치의를 맡았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과 당시 의무실장이었던 김원호 세브란스 소화기내과 교수를 중심으로 근본 원인부터 되짚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3차 청문회는 진료를 받은 사람(대통령)은 있어도 시술을 한 사람(의료진)은 없는 '맹탕' 청문회에 그쳤다.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과 김영재 원장이 자문의로 위촉되기 전부터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박 대통령을 진료했다는 정황이 밝혀졌으나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특히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주치의와 의무실장조차 이런 비선진료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해 '주치의로서 직무유기 아니냐'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병석 원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김상만 원장이 진료할 때 배석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을 본인 스스로 밝혔다.

김원호 교수도 "주치의나 의무실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진료방식을 의논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자문의 '진료권'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이병석 원장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쳐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반면에 서창석 원장은 주치의 시절 청와대에서 연락이 오면 대통령 진료에 무조건 참석했다고 밝혔고, 김상만 원장 역시 서창석 원장이 주치의일 때는 (이병석 원장과 달리) 항상 주치의가 배석한 상태에서 진료했다고 증언했다.

이병석 원장과 서창석 원장이 주치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다르게 수행한 셈이다.

과거 역대 대통령 주치의를 맡았던 의료진의 말을 종합해보면 '주치의가 모르는 대통령 진료'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이병석 원장은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와 김영재 원장을 소개해 준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병석 원장은 "5~6년 전 최씨가 환자로 찾아와 알게 됐다"며 "최씨가 성형외과를 추천해 달라길래 김영재 원장을 소개했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이병석 원장과 최씨와의 관계가 단순히 의사·환자 사이인지 아니면 국정농단과 관련된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밝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3차 청문회에서 특조위 위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추가질의를 하지 않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3차 청문회를 보면서 이병석 원장이 본인 스스로 최씨와 김영재 원장을 연결해줬다고 증언했는데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해 더는 아무런 질의를 하지 않아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병석 원장이 박 대통령의 주치의를 역임한 기간은 2013년 5월~2014년 8월로 이 기간에 세월호 사건(2014년 4월)이 발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