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 실 제조업체 대표…정호성 前비서관과 여러 번 통화
'최순실 영향력' 알았을 가능성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 씨의 단골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할 때 아내와 함께 청와대에 출입했다고 밝혀 그의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 관련 사업이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게 된 과정에서 김 원장보다 박 대표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은 의료용 실을 개발하는 김영재의원 계열 업체다.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집중 조명을 받은 남편과 달리 박 대표는 그동안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김 원장 관계사 특혜 의혹의 한 가운데에는 늘 박 대표가 있었다.

박 대표는 앞서 지난해 4월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과 올해 5월 프랑스 순방 때 공식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대통령과 동행했다.

지난 3월에는 박 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순방할 때 비공식적으로 동행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김영재의원 계열사인 화장품 제조업체 존제이콥스는 지난 2월 청와대 명절 선물로 채택됐고, 그 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잇따라 입점했다.

존제이콥스의 대표는 박 대표의 동생인 박휘준씨다.

지난해 8월 한식당에서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현 서울대병원장), 오병희 당시 서울대병원장, 안종범 전 수석,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모여 와이제이콥스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박 대표가 있었다.

국정조사 청문회 증언에서 박 대표에 관한 언급이 나오면서 각종 특혜 의혹에 박 대표의 역할을 의심하는 관측도 나온다.

김 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 진료를 위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는 '보안손님'으로서 청와대를 드나들 때 아내인 박 대표도 동행했다고 밝혔다.

진료 목적으로 청와대를 방문하면서 아내를 대동해 간다는 것은 일반인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이 먼저 박 대표의 동행을 요청하지 않고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김 원장이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이 의료용 실 등 우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한 건 이런 짐작을 가능케 한다.

박 대표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기소)의 통화 녹취록이 확인되면서 박 대표가 특혜 로비의 중심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커졌다.

박 대표는 정 전 비서관과 통화에서 수술용 실 사업과 관련한 민원성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의료계의 '비선 실세'는 최씨를 등에 업은 박 대표였을 개연성이 큰 셈이다.

최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박 대표가 현재 이름으로 개명(개명 전 박인숙)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병원 단골손님인 최씨의 영향력을 눈치채고 그와 친분을 쌓으면서 어울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박영수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표 간에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특검이 본격 수사에 돌입하면 최씨와 정 전 비서관, 박 대표 간의 관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최송아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