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내년 대선을 겨냥한 합종연횡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새로운 보수신당’ 카드를 꺼내들었고, 야권은 개헌을 고리로 ‘친문(친문재인)’ 대 ‘반문(반문재인)’ 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하고, 개헌론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정계개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선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보수와 중도 연대를 통해 좌파 정권을 막자는 게 김 전 대표의 구상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한다면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세력과 연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내 반문 세력 등이 연대 대상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김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할 비박계 의원 규모다. 30명 정도는 될 것이라는 게 비박계 주장이지만 변수가 있다. 비박계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일단 당에 남아 쇄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서다. 유 의원은 다만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선출 결과를 보고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안 전 대표는 유 의원과의 연대를 시사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분당은 ‘대선 필패’라며 비박계를 붙잡으려는 기류도 있다. 비박계를 향해 ‘배신’ ‘패륜’ 등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공격했던 친박계는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친박과 비박이 당 수습을 한 뒤 손 전 대표와 손을 잡자는 목소리도 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14일 “김무성·유승민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는 절대 없다. 나 스스로도 반대하고,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분하게 당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그러면 수습이 되지 않겠냐”고 낙관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제 우리 뭉치자. 제발 나간다는 소리 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야당 주자들은 개헌에 대한 찬반으로 구도가 갈라지면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연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민주당 내에선 개헌파와 반개헌파 간 전선이 뚜렷해졌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현실적으로 대선 전에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법 개정을 매개로 다음번 권력 싸움에서 정계개편의 구도를 짜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개헌파를 비판했다.

반면 김종인 전 대표와 김부겸·김두관·이종걸 의원 등은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손 전 대표도 개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지난주 만찬을 하고 조속한 개헌 추진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도 “개헌 논의 시작이 가능하다”고 말해 반문 세력이 개헌을 고리로 세를 결집하는 양상이다. 개헌파들도 개헌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동상이몽’이어서 탄력을 받기엔 한계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헌에 찬성하지만 대선 뒤 논의를 주장했다.

야권에선 개헌과 별개로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원순 형님과 함께 국민 승리의 길을 가겠다. 안 지사, 김부겸 의원 우산 속으로 내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반문연대’ 논란을 일으켰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