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김종인 지난주 만찬…반기문 귀국·與 분당도 변수
제3지대 형태는 '동상이몽'…安, 孫영입 위한 제스처 분석도


'포스트 탄핵' 정국에서 제3지대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려는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개헌을 매개로 대선구도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심리결과에 따라서는 4∼5월 조기 대선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분당 가능성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초 입국 등의 변수가 이 같은 정계개편 움직임에 유동성을 더하고 있다.

개헌론자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폐단이 여실히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를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대선주자 가운데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개헌론에 가장 적극적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주권개혁회의'를 구성할 것을 밝히며 개헌을 고리로 한 여야 정치권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하고 개헌론을 기치로 내세웠다.

민주당에서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을 보이는 김종인 전 대표도 꾸준히 개헌론을 내세우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손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지난주 만찬을 갖고 개헌의 조속한 추진 필요성에 대해 재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개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개헌론자인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개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MBC라디오에 출연, 개헌을 고리로 한 안철수-손학규 연대론에 대해 "개헌은 우리 사회가 21세기로 나아가야 방향과 노선에 대한 것이어서 그런 연대는 대단히 환영할 만하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선 개헌은 필요하다.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개헌에 우호적인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탈당할 경우 정계개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도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개헌을 명분삼아 정치적 재기를 꾀할 수 있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해 대권의지를 밝힐 경우 개헌을 명분 삼아 제3지대에서 둥지를 틀며 정계개편을 노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현재 양태를 보면 정당으로서 존속 가능성이 회의적인 상황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반 총장이 입국하면 세력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는 손 전 대표가 총대를 멜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가 개헌론에 동의하는 유력 정치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개헌의 동력에 불씨를 지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非) 패권지대'의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개헌론을 고리로 한 연대의 흐름에 몸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 측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구조개혁을 위해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세력이 폭넓은 연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의 파괴력을 점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개헌론자와 국민의당 등은 제3지대의 확대에는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궤를 달리한다.

국민의당 내 개헌론이 비등하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당장에 개헌보다는 민생경제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대선으로 공약해 다음 정권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탄력적이지만, 개헌파와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다.

현재로서는 손 전 대표에 대한 '러브콜'의 일환으로 개헌 논의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이는 곧 국민의당 자체가 '제3지대'라는 기존 주장의 연장선상이다.

손 전 대표를 비롯한 중간지대 유력 인물들을 영입해 국민의당이 제3지대의 중심이 되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하나의 구성원 자격으로 참여하는 '비패권지대'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 전 대표와는 다른 구도다.

향후 제3지대를 구성하는 상황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비주류와 국민의당 간의 연대설도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가 연일 강도 높게 부인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파문이 책임을 지고있는 세력과의 연대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개헌 깃발을 꽂았지만 일단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서 정계개편을 인위적으로 도모하는 그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제3지대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움직임이 중요한 데, 대선 막판에 가서야 합종연횡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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